엄마의 오묘한 심리학 -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김소희 지음 / 센세이션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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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는 욕이 참 많다. 다양성보다도 대부분의 욕설이 알고 보면 성적인 용어이거나, 상대의 어머니를 비하하는 참 치사한 방식이라는 사실은 더 기함할 만하다. “게임을 하다 보면 상대가 어머니 안부를 묻는다”, “게임하다가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식의 우스갯소리가 웃지 못할 현실이라는 것은 나 역시 게임 유저로서 익히 알고 있다. 어떤 욕이든 다 참아도 부모님 욕만은 참지 못하는 나는 나를 대상으로 하지 않더라도 그런 이야기가 오갈 때면 부글부글 마음이 끓곤 한다. 자기도 엄마 덕분에 세상에 나와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건데,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미성년자도 교육이 필요하지만 성인이라면 더 한심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이미 ‘젊은 꼰대’일지 몰라도 어머니의 무게를 가벼이 생각하는 사람은 존중하고 싶지 않다.

  『엄마의 오묘한 심리학』은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진솔한 경험을 기반으로 자주 충돌하는 마음을 담았다. 아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안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 모두 희생해야 하나 싶지만 나 자신도 가꾸고 싶다는 욕구. 대표적으로 그런 마음들이 상충한다. 처음 책을 펴 보고 시처럼 구성되어 있어 당황한 기분도 잠시, 그녀의 이야기에 곧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사회 생활과 관련된 일화에서는 여자로의 삶에 공감하고, 운전대만 잡으면 급한 성격이 나온다는 운전 습관 일화에서는 뜨끔하기도 했다. 육아에 힘쓰면서도 자기 자신을 놓지 않고 투자하거나 소비하는 김소희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에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라는 드라마를 봤다. 아이를 바른 길로 이끌되 소유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대만 드라마는 첫 화부터 아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성에 차지 않는 결과가 나올 때마다 시간을 돌리는 리모콘으로 끝없이 아들의 선택을 되돌리고, 또 되돌린다. 훌륭하게 결말 지어질 리 없는 이 상황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결혼 생각은 없지만 나 자신의 삶에서 앞으로도 수없이 맺어질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로 다가가야 할지 다시 한 번 “안전거리”라는 생각의 끈을 팽팽히 쥘 수 있었다. 또한 엄마가 되며 포기하는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 어머니는 희생의 상징이 되고, 언제부터 엄마의 행복은 가정의 행복으로 환언된 것일까? 모든 어머니들이 자신을 위해 얼마큼은 투자하고, 글이라는 꿈을 잊지 않기 위해 조금씩 써나가는 김소희처럼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보다 다양한 심리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두 가지에만 국한되어 있어 후반부에 와서는 동어 반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졌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나는 이런 엄마들의 행보를 응원하고 싶다. 엄마를 향한 애정은 굳센 뿌리를 내리고, 나는 더 좋은 딸이 되기 위한 ‘평생 챌린지’를 오늘도 계속해 나간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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