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은둔 사이 - 벽장 안팎에서 쓴 글들
김대현 지음 / 오월의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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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부제로 쓰인 '벽장 안팎에서 쓴 글들'이라는 문장에 마음이 가 닿는다. 우리는 아파트에 살든 주택에 살든 그 공간에서 밖과 연결되고자 큰 창이 있는 밝은 집에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성소수자가 신변의 안전 혹은 심적인 안정을 위해 찾는 '벽장'이라는 공간은 어떠한가. 컴컴하고 좁고 빛도 소리도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성소수자로서 벽장 안에서 느꼈던 '안정감'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어떤 안정감이었을까. 세상으로부터 나를 숨기고 나서야 편안해졌던 마음은 세상으로부터 날 멀어지게 했고, 벽장 밖은 그저 밝은 빛이 아닌 ‘너무’ 밝은 빛이었다. 벽장 밖의 너무 밝은 빛은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그 빛에 드러나지 않도록 성소수자라는 잘못을 감춰야만 했다. 책을 통해 벽장 안팎에서 고군분투했던 많은 이들의 역사와 저자의 경험에 위로를 받았다. 벽장은 사라지고 나는 잘못이 없음을 당당히 내보이는, 너무 밝은 빛 속에서도 웃고 있는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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