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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말하기 - 예일대가 주목한 말하기 교과서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이희수 옮김 / 토트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내 별명은 변호사였다. 말 잘하고 말도 빠르고 말도 많다고 붙여졌던 별명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정말 말 좀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리고 달변 혹은 웅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처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쭉 누구하고든 말하는
걸 좋아했고 말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낄 일도 없어서 나는 삶이 편했(?)다. 말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로 인해 삶이 편했다는 말이 어떻게 들릴
지 모르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말로 소통을 해야 하기 마련인데 나는 그 말하기를 몹시도 즐거워했으니 말 하는데에 어려움을 느껴본 일이 없고
그래서 누굴 만나든 어떤 상황이었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이 되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또한 개인적인 만남 뿐 아니라 학교에서의
발표나 토론 시간에도 똑같이 적용이 되어 역시 어렵지 않았던 덕분에 그런 이유로 편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태 내가 착각을 하고 살았던 건 아닌가 싶은 것이 말이 많다고 달변이 아니고 말하기를 좋아한다고 하여 힘있는 말하기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요즘은 짧게든 길게든 방송이나 각종 무대를 통해 말하는 사람이 많고 말로 의견을 내놓거나 알리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내 말하기의 보잘것 없음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옛날에야 멋모르고 살았으나..
그리하여 말빨이 장난이 아닌데?라는 말을 칭찬으로 여겼던 지난날이 부끄럽기 짝이 없고. -_-+
글도 말도 내 멋대로 쉬운것이라고 여기며 마구잡이로 해 온 것이 반성되는 이 시점에 그래서 나는 글쓰기나 말하기에 대한 책을 관심있게 보는
편이다. 이 책은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 교수의 말하기 특강인 셈이다. 3분여의 테이블스피치부터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 1시간 이상짜리의
강연까지.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적 조언이 담긴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는 말하기를 우리는 누구나 달변을 타고나며 한때는 달변가였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연습이 더해지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힘을 북돋워준다. 그리고 그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단계별, 항목별로 사례를 소개하며 설명해주고 있다. 스피치에 인간미를 더하는 방법, 삼단화법에
변화를 도입하는 방법, 정교하게 설계된 즉흥성까지.
어느 탁월한 개인의 특별한 방법이라기 보다는 누구나 언어학적 원리와 원칙에 따라 언변을 키울 수 있음을 이야기 하며 일상에서 각종 말하기가
필요한 순간마다 어떤식으로 해야 좋을지 자연스러운 사례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수긍하며 읽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오바마까지 스피치 달인들을 배울 수도 있으며 특별부록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거 승리 연설과 마틴 루터 킹 워싱턴대행진
연설문이 전문 원문과 해석까지 함께 있다.
말하기라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것이나 또한 잘하는 것이 꽤 큰 미덕이기도 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일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가 하면 마음을 사로잡는 말하기의 힘은 또한 얼마나 큰지. 반대로 말이 형편없으면 말하는 사람마저 다시 보게 되는 일도
있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최순실 어법이랄까 화법을 들어보자면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 사람을 직접
대면했다는 사람들 역시 한결같이 증언하기를 말하는 태도마저 나빴음을 꼬집었다. 구설수라는 것도 바로 그 말 부터가 아닌지.
혼자가 아닌 이상 언제나 하게 되는 이 말하기에 대해 충분히 도움받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