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 - 잡동사니에서 탈출한 수집광들의 노하우
브렌다 에버디언.에릭 리들 지음, 신용우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정리를 잘해보겠다며 그것에 대한 책을 읽느라 정리에 관련된 책들로 집을 채우는 것이 과연 정리에 이르는 올바른 길일까 하고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정리야말로 책을 읽음으로서가 아니라 그 시간에 정리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정리를 할 때마다 번번이 벽에 부딪히고 한계에 다다르고 중간에 포기하기를 되풀이하다 보니 잊을만하면 다시금 정리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게 된다. 정리를 못 하는 것은 내 몸이 굼뜨고 무겁고 게을러서이기만 한 것이 아니고 쉽게 버리지 못하고 차마 처분하지 못하는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시금 마음을 재점검하고 돈독히 먹은 후 한동안 미루어 두었던 정리를 시작하곤 하며.. 그렇게 살고 있다.

집에서 나와 자취를 하기 이전까지는 집이 정리가 안되어 있다고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오히려 어디선가 부스럭 거리며 먼지 속에서 잊고 있던 옛물건을 찾아낼때면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즐거워하곤 했었다. 일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나와 동생을 돌봐주시려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서 우리집에 머무실 때가 잦았고 대학생이었던 막내이모도 함께 살았으니 식구들의 물건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취를 시작하면서는 내 공간이 간소해졌다. 내가 필요해서 마련한 물건이 내가 둔 자리에 언제나 있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나는 청소를 게을리해서 그렇지 정리만큼은 잘하고 살았다. 하나가 필요할 땐 그 하나가 정말 필요한지를 알기 위해 그것 없는 삶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실험해가며 마련했고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있을 때에 꼭 필요한 그것만을 샀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십년 넘게 했던 자취생활을 정리할 즈음에 보니 많은 살림들이 늘어 있었다. 쓰지 않으면서도 버리지 못한 것들도 많았는데 추억이 있다거나 언젠가 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나 버리거나 처분하기엔 너무 새것 같아서 비록 나는 사용할 일 없음에도 버릴 수 없어 갖고 있는 것들도 많았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짐들을 추려내고 골라내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가지고 결혼을 했다. 사실 나는 나의 대부분의 것들을 친정에 버리고 왔으며 결혼할 땐 새것들로 장만을 했더랬다. 그랬는데 남편의 살림이 어마어마했다. 옷가지와 책장 그리고 책 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신혼집은 숨 쉴 공간도 없이 가득가득 채워졌던 것이다. 남아도는 벽이 없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차 짐이 들어서기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집은 아주 좁아졌다. 그래도 둘이 살기엔 충분히 넓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의 살림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집은 더더욱 비좁아졌다. 우리에게 필요할거라고 예상되는 것들을 주변에서 자꾸 안겨 주신 덕분에 더더욱 좁아지고 버리지 못하고, 언젠가는 쓸모 있을 것 같아서 놔둔 것들로 그리고 어딘가 있긴 있는데 도무지 필요할 땐 찾을 수 없어서 새롭게 구입한 것들까지 생겨나면서 더더욱 좁아졌다.

매일 내 머릿속으로는 다 처분하고 정리해야겠다고 수골백번을 생각하지만 이 가운데 내 짐은 그리 많지 않고 각각 가족 구성원들의 것이다보니 내 마음대로 못 버리고... 이런 악순환의 되풀이.

식구들에게 책을 읽으며 틈틈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필요없는 것들은 버리자, 정리 좀 하자, 우리가 생활할 공간을 더 넓고 쾌적하게 가져보자 등등. 그럴 때 이 책, 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이 도움이 된다. 내게도 그렇고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때에도.

왜냐하면 이 책에서는 정리를 잘 못해서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어떻게 정리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읽으며 무지무지 공감을 하게 되고 나중엔 정신 바짝 차리게 되더라는 사실. 그러니까 이 책은 수납법이나 공간 활용법에 대한 이야기들 보다 정리 자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면서 정리에 대한 마음을 활활 불태우게 되더라는 것. 다만 그걸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협조해야 하는데 나 혼자 하려니 힘에 부치고 진도가 안나가서 문제... 이 책을 꼭 읽혀야겠다.

나는 책의 우리말 제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변이 섹시해지는.. 이라니.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그 말 자체가 영 이해가 안된다는... 어쨌든 잡동사니들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 마음이 최소한 더 간절해지는 것만은 틀림없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