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역사 - 피아노가 사랑한 음악, 피아노를 사랑한 음악가
스튜어트 아이자코프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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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잘 못 쳐서 어디가서 전공했다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어쨌든 명색이 피아노 전공인데 피아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알아야 하는거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더 간절해졌다. 제목은 간결하게 피아노의 역사이지만 피아노가 사랑한 음악, 피아노를 사랑한 음악가 라는 부제도 책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 주었다. 내가 피아노의 역사를 두고 아는 것은 그리 대단치 않은 내용이 전부였는데 이 책은 무려 465페이지에 달하여 빽빽히 쓰여 있어서 어쩐지 더 좋았다. 피아노를 두고 이렇게나 할 얘기가 많단 말이지?

하지만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기세 좋게 읽기 시작한 것과 반대로 빨리 읽어가기는 꽤 어려웠다.

제 1장, 전통의 집대성을 읽을 때 특히 그러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얘긴가 하고 종잡을 수 없어 하며 읽은 대목을 반복해서 읽기 일쑤.

내가 요즘 인터넷으로만 짤막한 기사를 접하고 살다보니 긴 글을 긴 호흡으로 읽는 능력이 떨어진건가 싶어 책을 검색해 보기도 했는데 호평 일색이었다. 그래서 더 초조한 마음이 되었던... 그러나 끈질기게 참을성을 가지고 읽어가다보니 2장 피아노의 탄생 부터는 이 책의 문체에도 적응이 되고 흥미도 느껴지고. 뭐랄까, 이 책을 피아노라는 매개를 통해 음악과 예술가와 피아노 자체과 음악역사 등등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본다고 생각하면서 읽으면 한결 나았다. 그러니까 글을 읽으면서 눈 앞에 그림을 그리듯 상상하고 책에 쓰인 이야기들은 나레이션을 통해 듣는거라고 생각했더니 그러하더라는 이야기.

책의 두께 만큼이나 굉장히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이 글을 쓴 저자인 스튜어트 아이자코프라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작가, 강연가이기도 한 이 사람은 어찌 이 방대한 자료를 모아 이렇게 정리해 놓았을까 하는 감탄도 하며 읽었다.

엄청나게 재미나게 그리고 한달음에 쓱 읽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읽어가는 사이 피아노교재의 이름으로나 의미있었던 그들이 다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꽤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했었는데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을 고쳐먹기도 했다. 어쩜 처음듣는 이야기 투성이던지... 사이사이 삽입된 사진과 그림 악보 등이 책을 읽는 걸 한결 부드럽게 해 주었고 오래오래 그 책 안에 머물게 해 주기도 했다. 이 책 한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자료가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피아노 치는사람이 피아노만 잘 쳐도 좋겠으나 피아노의 역사에 대해 읽고 나니 아니 읽는 내내 피아노를 자꾸만 치고 싶어졌더랬다.

책은 무진장 재밌어서 너무 좋더라 하는 것이 아니었으나 피아노와 음악 그리고 음악가들에게 더 애정을 갖게 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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