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메타포 꿈 - 생애 말 영적 돌봄에 대하여
켈리 버클리.패트리샤 버클리 지음, 윤득형 옮김 / 샘솟는기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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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 꾸었던 꿈을 나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그 꿈은 이러하다.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방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엄마와 동생이 내 곁에 와서 나를 들여다보더니 내가 죽었다며 울부짖으면서 나를 깨우려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나는 내가 잠이 들어있다고 여겼으나) 죽어 있었고, 이내 장면이 바뀌면서 나는 어느새 관 안에 뉘어져 있었다. 장례가 시작되고 관뚜껑이 닫히는 그 순간 큰 두려움을 느낀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고 필사적으로 움직였지만 아무도 나의 말을 듣지 못했고 나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관뚜껑은 닫혔고 어둠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관 속에 들어가고 땅에 묻히고 결국 썩어 없어지겠구나,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되겠구나...

그 생각과 함께 나는 잠에서 깨었다.

이 꿈은 너무나 강렬하여 평생 잊히지 않는 꿈이 되었고 꿈과 죽음 그리고 동시에 삶에 대해 아주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꿈을 꾸고 나면 그 꿈이 잊히기 전에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해 보려 애쓰는 편이고 가까운 가족에게 꿈 얘길 늘 들려주곤 했다.

대부분은 내 꿈 얘기를 시답잖게 여기지 않고 경청해 주었고 나름의 해석들을 내놓았는데 다들 가능한 한 좋은 쪽으로 해석해 주곤 했다. 결혼 후에는 남편이 꿈 일기를 써 보는 것도 좋다고 배웠다며 권해주어서 오래전부터 꿈 일기를 써 오고 있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아주 관심이 많이 가는 책이었다.

이 책은 죽음 예지 꿈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다룬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죽어가는 사람과 돌보는 가족, 친구, 성직자, 상담사, 의료진에게 죽음 직전에 찾아와 삶을 변화시키는 꿈과 환상의 신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하고 접근 용이한 자료를 제공하려는 것(p.21)이라고 밝히고 있다. 

꿈이라는 게 사실 그걸 복기하고 말로 표현하다 보면 말이 안 되거나 설명이 어렵거나 뒤죽박죽이거나 할 때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꿈에서 깬 직후엔 분명히 생각났던 것 같은데 시시각각 기억이 흐려지면서 꿈을 꾸었다는 사실 외엔 아예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꿈을 기록하거나, 기록해 줄 다른 누군가에게 꿈을 자세히 설명할 것을 권면한다. 이는 기억 속의 꿈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꿈의 이미지와 주제를 추적할 수 있게 한다.(p.73)고 말하고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그렇게 하다 보면 약간 각색과 해석이 가미되는 것 같아서 꿈을 기록하는 것에 곤란을 느낄 때가 많은데 어쨌든 꿈보다 그 꿈을 해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므로 쓸모없는 과정은 아닌 모양이다. 이 책에서는 꿈을 탐색하기 위해 구체적인 질문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 질문이란 이런 것들이다. (p.186) 무한한 가능성들 가운데, 꿈의 상상력은 왜 이러한 특정 인물, 환경, 활동을 제시하고 있는가? 이 인물, 환경, 활동이 내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거나 구별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 꿈에서 가장 선명한 요소, 가장 활기 있고, 강하고, 생생한 요소는 무엇인가? / 꿈을 배경, 인물, 혹은 꿈의 전개에 갑작스러운 전환이나 변화는 없었는가? 갑작스럽게 혹은 예상하지 않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 꿈에서 가장 기괴하고, 이상하고, 비현실적은 요소는 무엇인가? 깨어 있는 삶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것이 일어났는가? / 꿈에서 눈에 띄게 대칭적이거나 대조되는 패턴이 있는가?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하고 다루는 꿈은 죽음을 앞둔 이들의 꿈이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므로 죽음 예지 꿈을 꾸는 특정한 연령이나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겠으나 죽음을 앞둔 이들이  꾼 꿈을 다루는 것을 통해 살아 있을 때 나의 죽음을 성찰하기를 바라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죽음을 예언하는 꿈을 말하는 건가? 하고 오해를 하기도 했고, 꿈 해석법 같은 걸 알게 될까 하는 기대도 했었는데 다 읽은 후에는 "나의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프롤로그와 6개의 챕터 그리고 에필로그로 나누어져 있고 꿈에 대해, 때로는 구체적인 예시(누군가의 꿈의 기록)와 설명 등으로 되어 있다. 

p.31 모든 꿈은 다소 미묘한 방식으로 인간 삶의 유한성에 대한 묵상을 추구한다. 전 생애에 걸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 간다. 꿈의 기능 가운데 하나는 엄밀히 말해 용기와 지식을 가지고 삶의 마지막을 마주하도록 도울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고, 에필로그에서는 꿈 일지나 꿈 일기를 작성해 보거나 신뢰한 만한 사람과 꿈 얘기를 나누어 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면서 p.182 당신은 자신의 꿈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모두 자연적으로 꿈꾸는 자이며, 자신의 꿈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가치 있는 교훈을 배울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을 타고났다. 우리 자신이 꿈의 의미를 분별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이다. 고 말 한다. 

이 책을 읽고 꿈을 이해하고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계기를 갖게 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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