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서 '경제' 분야를 두고 각자 자기가 정한 주제로 1분 스피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경제에 관하여 얼마나 아는 게 없고 무관심했는지에 대하여.어릴 때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다. 외할머니께서 큰딸인 울 엄마를 앞에 두시고는 돈 없다 소릴 매일 하셔서 엄만 그때 생각하시길 '나는 절대로 내 아이 앞에서 돈 얘긴 하지 말아야지.' 하셨더란다. 생각해 보면 외가댁은 가난하지 않았다. 6남매를 다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시느라 힘들기야 하셨겠지만, 그래서 맏이 앞에서 할머니도 모르게 돈 걱정을 이따금 하셨던 것이었겠지만 부모님이 가정 형편을 염려하시는 게 엄마에겐 부담이 되었고 엄만 검소한 삶이 몸에 배었다. 그리고 내겐 결코 돈 얘길 하신 적이 없다. 덕분에 나는 돈 걱정이란 걸 해 본 적이 없었다. 돈이 없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고 내게 필요한 것은 내가 필요하다고 얘기하기 전에 다 채워주셨다. 내가 이제 와 자식들을 키워보니 애들 앞에서 물질적 걱정 없이 사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내가 자라던 시절과는 또 달라진 환경 탓도 있겠지만..아이는 1분 스피치 주제를 '주식'으로 정했다. 뉴스를 통해 요즘은 초등 아이들부터 주식 투자를 한다는 얘길 들었다는 얘기로 시작하여 주식과 주식투자 주주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요즘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 업계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얘길 덧붙여 발표했다고 했다.그래서 나도 주식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같은 사람과 주식은 무관한 것이라고 여겼었다. 투자할 돈도 없을뿐더러 주식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주식하다가 돈을 잃은 사람들 얘기만 들어서 그랬을 것이다. 대학원 다니던 땐가 펀드에 돈을 넣은 적 있다. 은행 이율이 한참 좋다가 상황이 달라질 무렵 펀드에 돈을 넣으라는 부모님 말씀을 듣고 그렇게 한 것인데 원금을 찾기까지 수 년 걸렸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그런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그러나 버는 건 뻔하고 쓸 데는 많은 이 시기에 뭔가 방법이 없나 하던 참에 내 귀에 들리기 시작한 게 주식이었다.이 책은 제목이 <초등학생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이다. 제목이 다소 길어서 그랬는지 '초등'과 '주식'만 다른 폰트와 크기, 색깔로 구별해서 쓰고 있다. 그래서 내 눈엔 초등 주식만 보였다. 주식 앞에 초등이 붙으니까 어쩐지 쉬워 보였다. 이 책부터 읽다 보면 주식에 대해 가닥이라도 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다.읽어보니 이 책은 한 가족이 공동저자인 책이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아들이 각자 블로그에 기록한 것들 위주로 엮어서 낸 책이었다.그러다 보니 오자나 비문이 간간이 눈에 띄고 문체가 한결같지 않은 점이 보이긴 한다.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내가 내 아이들에게 적극적인 경제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는 깨달음이었고 그도 그럴만한 게 나 자신이 경제에 대해 아는 바가 너무 없더라는 사실이었다.그래서 내가 아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소득이었달까.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던 바였으나) 자식에게 물고기만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데 나는 아이들 앞으로 적금을 들어주거나 용돈을 알아서 규모 있게 아껴 쓰라는 것 밖에는 그동안 해준 게 없었던 것 같다.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아니 내가 먼저 더 적극적으로 알고자 하고 공부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에 관심을 두거나 관심 있다고 말하는 것을 속물 같다고 생각한 출발점부터 손봐야겠다는 것..이 책의 차례를 소개하자면 맨 먼저 추천사, 프롤로그 그리고 이 책 읽는 법에 대해 나온다.다음으로는 5개 파트로 나누어 아빠가 쓴 글, 아들이 쓴 글, 엄마가 쓴 글들이 섞여 나오고. 각 파트마다 다 같이 생각해 보기를 두어 한 번씩 더 짚어주며 활용해 보기를 권하고 있다.실전투자 부분에서 난 가장 좌절했고 마지막 파트에서 아이들을 위해서는 부모가 공동으로 더 열심히 교육하고 양육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주식에 대해서나 재테크에 대해 알게 되는 책은 아니지만 그런 길이 있고 그런 필요가 있음을 배우게 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