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1
제인 오스틴 지음, 박용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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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남자는 돈이 많아야 하고 여자는 얼굴 예쁜 게 장땡이야." 대학 때 우리과 친구가 어느 날 난데없이 했던 말이었다. 그 말에 동의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또다른 친구에게 그 말을 전하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대답했다. "걔가 뭘 좀 아네. 아무 생각도 없이 사는 줄 알았더니..."

난 왜 거의 30년이나 지난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걸까.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는 도중에 문득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오만과 편견은 1813년 작품인데 이십세기 말을 살고 있던 내 친구들의 인식이 그랬다는 게 묘하게 겹쳐지며 떠올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p.287~288 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을 창피스럽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다씨나 위컴에 대해서 자신이 그토록 눈이 멀었고 편파적이었으며 터무니없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다. 그녀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정말 어리석었군! 판단력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내 능력에 대해서 아주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내 언니는 너무 솔직해서 탈이라고 놀려댔고. 난 남을 의심해가면서 자만심에 싸여 있었군. 이제야 모든 걸 알게 되다니 얼마나 창피한 노릇이야! 하긴 창피스러운 것도 당연하지! 남자하고 사랑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눈이 멀지는 않았을 거야.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한테 호감을 보여줬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해버렸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서, 난 그 두 사람에 대해서 선입관과 무지만을 갖게 됐고 이성은 발로 차버린 거지. 지금 이 시간까지 난 내 자신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던 거라고."]

다소 오만해 보이는 다씨는 자신의 그러한 성품 때문에 뭇 사람들에게서 오해를 샀고, 그런 그의 첫인상을 오만하게 본 엘리자베스의 편견으로 다씨와 리지(엘리자베스)는 어긋나야 했다. 다시 서로의 마음을 알고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과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을 나의 기준과 관점으로 바라보며 오해하고 편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런 각자의 오해가 쌓여 서로 멀어지기도 하고 관계가 깨어지기도 한다는 것에 대해 책을 읽으며 여러차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반대로 첫인상만으로 바르지 않은 사람을 좋게 보고서 다른 모든 판단을 그릇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외모와 언변과 둘러싼 배경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끄는 일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도 내 판단만이 옳다고 고집해서도 안되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입장을 바꾸어보면 더 쉽게 이해가 된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나를 판단하고 편견어린 시선으로 나를 대한다면 유쾌한 일이 아닐테니까.



책을 읽다보면, 특히 이렇게 시대와 배경이 다른 내용을 읽어가다보면 책에 쓰인 시대의 생활상이나 사람들의 생각, 풍습 그리고 결혼관 같은 것들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이 살던 시대에는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불충분했고 지위도 낮았더래서 심지어 딸에게는 상속조차 기회가 없었던가보다. 그들은 그래서 착실하게 신부수업(?)을 받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배우거나 미술을 배우는 등 교양을 쌓고 무도회나 파티에 나가 괜찮은 신랑감을 만나 신분을 바꾸거나 삶을 유지하는데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와중에 사랑을 찾아 (아무리 남자의 배경이 좋아도 사랑을 전제로 배우자를 찾으려던) 결혼한 베넷 부부의 큰딸 제인, 당차게 자신의 모습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솔직했던 리지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오로지 딸들을 좋은 집안(이왕이면 부잣집)에 시집 보내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베넷부인의 딸들임을 감안할 때 말이다. 의외로 아버지는 딸에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결혼을 함에 있어서 사랑은 필요한 조건이긴 하지만 비중이 좀 커서 그렇지 그게 전부는 아닌게 사실인데 딸만 많은 집안에서 딸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주려는 아버지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돈만 좇아 치우듯 결혼시킨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의미로)

'오만과 편견' 이 책의 장점은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과정이 재미나다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존재를 설명하는 것 같아서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책에 수록된 삽화들이 또한 눈길을 끈다. 그리고 다씨와 빙리는 절친이었으니 그렇다치고 그들이 위컴과 동서지간이 되는 것과 지역 관할 목사의 말과 행실에 개인적으로 당혹스러워서 더 읽는 재미가 있었다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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