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머리가 좋아지는 법 - 중년 이후 뇌기능에 대한 반전
이호선 지음 / 홍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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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나 오면서 낯선 타향살이 하느라 처음엔 힘이 들었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낯선 생활 속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건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도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니다보니 길가에 홀로 앉아 계신 노인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온종일 같은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계시던 그분들은 볕이 잘 드는 자리로 조금씩 옮겨 앉는 것 이외에는 움직임도 없고 말씀도 없이 온종일, 그렇게 매일 길가에 앉아계셨다. 노인이 되는 게 문득 두려워졌었다. 그분들을 위해 뭘 해 드려야 좋을지도 알 수가 없었고. 하루는 친구와 함께 종로를 걷다가 공원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너무나 많은 할아버지들만 계셔서 뒷걸음 쳐 나온 적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많은 할아버지는 처음 본 듯. 그렇다, 거긴 탑골공원이었다. 그래도 그분들은 말동무할 친구들을 그곳에서 만날 수도 있고 장기라도 같이 두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동네 좁은 골목길에 하루종일 앉아서 보내시던 분들보다는 좋을 것 같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도 중요하고 신체적 활동도 중요하고 규칙적인 생활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어르신들의 겉모습만으로는 연세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정하고 활동적이며 멋있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다.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셨고 은퇴도 하신 분들이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고 시도하고 열심히 다니며 활기차게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는 것. 그 활동들 덕분에 더 젊어지시는 것 같기도 했는데 정작 나는 그분들만 못하니 내가 더 노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노인의, 노년의 삶과 건강에 관심이 상당히 많은데 그래서 읽는 책들도, 하는 활동들도 사실은 노년을 대비한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을 때가 많다. "나이 들수록 머리가 좋아지는 법" 이 책은 제목이 나를 끌어당겼다. 머리가 좋아지는 법?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만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더 좋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생각하며. 이 책은 4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1장에서는 액티브 시니어에 대해 이야기 한다. 노인에 대한 보고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2장에서는 뇌가 늙으면 생기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해 주고 있다. 기억력, 건망증, 설단현상 같은 것들. 그리고 3장에서는 뇌의 신경가소성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그릿 지수라는 것이 나오는데 그릿이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끝까지 해내는 능력, 열정적 끈기를 말한다.(p.127) 탈러와 코발(Thaler & Koval, 2015)은 그릿을 근성(Guts), 회복탄력성(Resilience), 진취성(Initiative), 끈기(Tenacity)의 앞 글자를 따 설명하였다.(p.129) 마지막 4장에서 노년 인지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나이 들어 머리가 좋아지는 비결을 드디어 이야기 한다. 어려운 학습에 도전하라, 움직여라, 기억도 기술이다, 좋은 습관을 가져라, 학습 관계망을 형성하라...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관계와 습관, 학습의 역동성이 두뇌의 힘을 키운다고 이야기 한다. 이책은 이렇게 두뇌에 촛점을 맞추고 있어서 늙지 않는 두뇌를 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년이 되면 사실은 두뇌 뿐 아니라 육체도 늙는데 그 모든 것을 잘 어우러지게 돌보고 활용해야 늙어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 같다. 아니지, 심지어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관록으로 더 좋아지는 것도 있다는 이야기이며 늙기는 하겠으나 낡아지지는 않는 비결일 수도 있겠다.

나는 아직 이 책을 읽고 당장 뭔가를 적용해야 하는 시니어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잘 나이 들어가려면 나의 성향을 극복하고 보다 진취적이고 활동적이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시간 조망에 관한 내용이었다. 시간에 대한 개인적인 인식이나 관점을 시간 조망(time perspective)이라 한다.(p.140)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래를 짧게 내다보고 몇 개월 단위의 짧은 목표를 세우거나 삶을 정리하는데에 시간을 쓰고, 반면 먼 미래를 보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남은 시간을 길게 보기 때문으로 액티브 시니어에게 있어 미래 시간 조망은 정서나 인지, 동기에 영향을 미치면서 그들이 어떻게 어떤 사회적 행동을 할 것인가를 예측하게 해주고 중년 이후 미래 시간 조망은 성공적 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p.142)

늙어가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퇴화되고 새로운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볕을 따라 자리만 옮기는 삶이 아니라 관계와 습관 그리고 학습을 통해 조금씩 더 나아가는 노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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