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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따라 하는 플레이팅 레시피
오덴세 플레이팅 랩 / 레시피팩토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눈이 제법 쌓인 날인데도 당일 배송으로 받았다. (택배 기사님 감사합니다)

책을 직접 확인한 순간, 잠시 당황했다. 제법 크다.

크기가 큰 이유는 간단하다. 마치 옷재단용 본을 그대로 뜨듯, 책에 나온 사진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제목이 말하듯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이제껏 눈대중으로 그럴싸하게 흉내내도 안되던 플레이팅, 그 최후의 해결책이다.

제아무리 곰손이라도 따라하면 된다. 실물 크기의 예시 그대로.

단, 여기서 안도하면 안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예시에 나온 '그대로의' 그릇을 마련해야 한다.

끝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

크리스마스, 지름신이 좋은 구실을 계시하였다.

산타할아버지, 듣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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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눈맞춤책 - 전3권 - 날개할아버지의 우리 아기 눈맞춤책 시리즈
안상수.이상희 지음 / 보림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첫 아기의 백일을 맞이하여 책 선물을 하려 했을 때,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이 <우리 아기눈맞춤 책>이었다. 책 출간일이 백일 날짜와 맞아떨어졌기에 아기가 책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안상수’라는 이름에 눈이 간다. 그 이름과 아울러, 안상수 선생 자신이 손주를 위해 만들고자 했다는 의도는 더욱 이 책에 대해 기대와 신뢰를 갖게끔 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단지 유명인의 이름만 부각시키기 보다는, 그 ‘이름’이 어찌하여 이러한 눈맞춤 책에 필요한지를 제법 근사하게 드러낸다. “저자가 없는 초점책은 만드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없어야 합니다!" 멋진 존재 이유이다.

책을 기획한 의도를 따르자면 이 책은 한국 디자인의 수퍼스타 ‘안상수’ 선생의 이름과, 할아버지 안상수의 개인적 애정과 관심, 전통의 디자인적 활용, 그리고 이미지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말/글의 결합 등에 비중을 두고자 했다. 아울러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부모들의 자문을 듣고 피드백을 받고자 하였다. 이러한 전략은 상당히 근사해 보인다. 어쩌면 당연한 출발지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제까지 이러한 기획/시도가 없었다는 점이 이상해 보일 정도이다. 어쨌거나 당연하지만 간과되었던 기본점들을 착실히 짚겠다는 태도는 상당히 훌륭하다.

하지만, 내 경험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책이다. ‘의욕의 과잉’이 ‘정서의 과잉’을 낳았다. 어째서?

우선 ‘전통적’ 문양에 집착한 나머지, 책 한 권을 이루는 이미지들의 관계가 무엇인지 모호하다. 예컨대, 셋째 책 <우리 아기 보러 와요>의 경우, 두 번째 등장하는 파란 물고기에만 눈이 그려져 있고 앞뒤에 나오는 그림들에는 눈이 없다. 시각 이미지에 어느 정도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이미지에서 ‘눈’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까꿍 놀이의 가장 중요한 측면도 ‘감았다가 번쩍 뜨는 눈’에 있다) 하물며 ‘눈맞춤’을 전면에 표방한 책에서 이런 식으로 눈을 허투루 다루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혹여 아기 그림책에서 이미지의 나열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테다. 그런 독자라면 베아트리스 미예트르라는 ‘저자가 명시되어 있는’ <BEBE 지능 계발을 위한 아기 그림책 (꼬마 샘터)>를 권하고 싶다. <BEBE>는 그림 순서가 어떻게 아기의 반응과 조응하는지를 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애석하게도 우리 아기도 <우리 아기 눈맞춤 책>보다는 <BEBE>를 더 즐긴다)

뿐만 아니라 첫째 책 <해님달님 우리 아기>의 경우, 먹선으로 흑백을 강조하고자 했는데, 애초에 안상수 선생이 직접 그린 먹 그림이라면 자연스러운 번짐을 살려내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하물며 책 소개에도 “한지 위에 먹물을 똑 떨어뜨린 것 같은 번짐 효과…”라고 명시하지 않았던가. 물론 아직 시지각이 흑백 구분에 머물고 있는 신생아를 위한 배려였기 때문에 흑백 대비를 강조하려고 했다고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색구분을 못하고 흑백만 본다는 것이 회색/먹의 농담조차 못 본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흑백 사진이라고 해서 흰색과 검정색의 극단적인 대비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러한 단순한 접근법은 이제는 도식처럼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아이의 지각 발달 단계를 고스란히 받아들였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세 권을 각각 “태어나고 바로 보는 책”, “태어난 지 석달이 지나”, “태어난 지 여섯달”로 각각 월령 구분을 해놓았다. 하지만 각 책의 유효기간을 3개월짜리로 한정시키지 않을 바에야 그런 도식은 폐기하는 게 옳다.

이러한 도식의 집착은 색구성에서도 발견된다. 흔히 오방색이라 불리는 ‘도식화된 전통’이다. 언제부터인가 디자이너들은 ‘오방색’을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전세계 문화권에서 오방색을 근간으로 삼지 않는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올림픽 오륜기부터 B/W + R/G/B 기본 설정까지…) 아무튼 오방색의 문화적 당위성을 떠나, 이 책에서 구현한 색감은 여전히 내 눈을 의심케 한다. ‘우리 전통 문양’에서 가져왔다는 색들의 채도가 얼마나 일관적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색과 형태의 조합이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졌고 (논리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감성적으로 설득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페이지를 넘김에 따라 색이 어떤 순서로 전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야 했다.

이미지에 덧붙은 글에 대해서도 당혹스러운 점이 여럿 있다.
안철수 선생의 그림에 짝을 이룬 이상희 선생의 글은 혼란스럽다. 이를 테면, 의성어/의태어를 쓸 때 큰말과 작은말이 뒤죽박죽 섞여있다. 물론 여기에는 어떠한 개연성도 없다. 다만 ‘한없이 아름답고도 더없이 감격스러운’ 말맛을 끌어내려고 애를 쓰는 인상이다.

그리고 지각의 발달에 따라 이미지를 3단계로 구분하여 세 권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글의 내용이나 길이/호흡은 역주행 방향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즉 첫째 책은 셋째 책에 비해 훨씬 추상적이다. 마치 탄생 설화를 들려주는 것과 같은 첫째 책과 감각적인 구체성을 담은 셋째 책의 대비를 어떻게 봐야 할까.

글이 지닌 또 른 문제는 이상희 선생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자면 시적 허용의 한계를 넘었다고나 해야 하나? 가령, 둘째 책의 마지막 구절인 “하얀 하얀 눈이에요 / 우리 아기 눈아기 / 우리 아기는요 / 우리 아기는요 / 온 세상 어여쁜 아기랍니다.” 아무리 이런 눈맞춤 책이 아기에게는 시각적인 것이 우선이고, 글의 내용은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는 부모에게나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책에 실린 글이 말하는 내용을 여러 번 읽어봐도 잘 수긍할 수 없다. 어린이 책의 공식을 따라서 반복과 운율을 살린다고 하더라도, 읽다 보면 이건 거의 ‘수리 수리 마수리~’ 주문을 외는 식이다. ‘우리 아가 우리 아가’를 되풀이하면서 그저 ‘한없이 아름답게만 들리고자 하는’ 단어들을 늘어놓다 보니, 읽고 나서는 ‘아름다워져야만 하는’ 주문에 최면이라도 든 것처럼 머리가 아프다. 아이를 위한 책을 흔히 시에 비유하는 이유는 간결함 속에서 한껏 감수성을 담아내고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 담긴 글은 간결함 보다는 무리하게 조탁한 말들의 뒤섞임만 맴돌고 만다.

덧붙여, 글과 이미지의 또 다른 접점인 타이포그래피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안상수’ 선생의 작품에서 안상수 글꼴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가독성을 위해서? 글쎄다… 혹시나 싶어서 우리글로 출판된 기왕의 여러 어린이 책을 훑어보니 대부분 명조체를 썼다. 흐흠… 글꼴이 그림책에서 차지하는 유기적이면서도 독자적인 중요성이 아직 부각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의 출판사인 <보림>은 자신의 회사 이름을 안상수 체로 풀어서 쓰지 않나! 쩝… 아니면 차라리 그림을 그린 안상수 선생이나 글을 쓴 이상희 선생의 손글씨를 그대로 살리는 편이 더 좋았을 테다. 아이든 부모든 갑갑한 명조체의 지배에서 벗어날 여유가 필요하다.

끝으로 책의 내구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년이라는 준비 기간 동안 수십 차례 부모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을지언정, 애석하게도 내가 받은 책은 고작 단 한번, 상자에서 뺐다가 넣는 순간 겉코팅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두번째부터는 모서리와 가장자리 코팅 비닐이 도로록 말려들고 있었다. 그래서 구입 3일만에 교체하고 말았다. 어쩌면 내 책만 불량일 수도 있을 테다. <보림>이 기존의 보드북 제작 방식을 여기에 적용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다. 조금 더 촉각적인 효과를 기대했을 수도 있다 (번들거리고 미끌거리는 코팅보다는 이 책의 코팅법이 좀더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덜 인공적인 감촉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백희나 씨의 신간 <달 샤베트>처럼 아예 친환경을 내세워서 코팅 자체를 폐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어차피 책이란 닳기 마련이고, ‘자연스레 닳은 책’이 지닌 친근한 모습이 전자책에 맞서는 책의 장점일 테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책 광고의 뒷부분에는 “우유를 고를 땐 유통기한 확인, 초점책을 고를 땐 지은이가 누구야?”라고 적혀있다. 내용면에서든 제책/제본면에서든 책에도 유통기한이라는 게 있긴 하나 보다.)

리뷰라고 쓰다 보니 어째 부정적인 면만 지적했다. 아마 너무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게 아닌가 싶다. (다른 공간에 쓰는 글이라면 긍정적인 내용을 썼을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이 공간이 책의 구매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책을 사고 읽은 경험을 드러낼 필요도 있다.) 아무리 책의 기획 의도가 좋고, 독자들이 기꺼이 그 책을 한껏 감동에 겨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한들, 때론 객관적인 평가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런 책이 이후에 한층 발전하는 게 아닐는지. 나도 다른 부모들의 반응처럼 아름다움과 벅찬 감격에 빠져서 이 리뷰를 쓰고 싶었다. 어쩌면 나와 아내는 좋은 부모의 심성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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