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사색 - 예민한 개복치의 유리멘탈 극복을 위하여
김태헌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사색, 사유의 근거는 스트레스 그 정반대의 목적을 갖는다. 그럼에도 깊은 사색이나 생각의 끝에 꼭 스트레스와 대면하기 일쑤다. 사색의 방법이 그릇된 것이다. 탈스트레스가 용이하지 못한 생각의 습관은 이쯤되면 기피대상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무게는 균형을 잃고 주체를 무너뜨린다. 얽매이기를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팽창되는 생각은 잠자리에 들기전까지 따라 다닌다. 베토벤도 2년 전에 작곡한 곡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음, 바로 그 한 음을 생각하다가 고민끝에 드디어 ‘오늘’ 고치는 집념을 보였다. 여기서 ‘오늘’이란 긴 집착적 생각의 종지부를 찍는 바로 그 결단의 날이된다. 결단은 생각의 결심을 말하며 그 결심은 짧거나 긴 사색과 사유의 종지로써 일종의 자유적 개념으로, 생각의 구속으로 생긴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럼 어떠한 생각의 방법을 추구해야 스트레스와 집착이 없는 옳바른 사색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몇 백년 전의 철학가와 사색가 몽상가들의 가치를 탐닉하고 그들의 생각훈련을 배우고 모방한다. 그들의 연역과 귀납적 생각의 틀을 이해하려든다. 또 무거워진다.
산문집 ‘얕은 사색’은 노인이라는 인물을 설정하고 그를 통해 이야기하듯 사색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노인은 사물에 대한 인연을 가다듬고 명상케 함으로 존재하고 있는 자유로움의 영역 안에서 풍만함을 선물했다. 강하게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식의 직구를 던지지 않아서 좋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열쇠는 책 속 이야기를 하는 노인을 통해 자연스레 주어지는데, 결국 여러 사색의 갈랫길을 통해 하나의 길을 찾게 하는 것 그것은 나를 돌아보고 충족시키는 일이었다. 책은 뒷짐 짚고 동네 산책을 가다 스치는 꽃을 보고 도리어 거꾸로 계절을 가늠하는 작가의 느릿한 여유를 닮아 무겁지 않았다.
대형 서점마다 얕은 지식, 얕은 생각이란 주제의 책이 넘쳐난다. 다변화되는 현대인들은 손쉽게 얻어지는, 쏟아지는 지식의 홍수에도 내적 지식에 목말라한다. 홍수에 밀려 참된 지식을 가려낼 지혜의 방주를 찾기에 급급하다. 헥터 맥도널드는 그의 저서 <만들어진 진실>에서 우리가 진실을 가려내고 소비하는 주체로서 ‘깊은 사색’하기를 권유했다. 깊은 사색의 범주에서 맴돌게 된다.
귀 기울여 받아들여야만 들리는 내적 보이스는 그만의 공간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작가 김태헌은 사색의 범주를 좁혀 내가 늘 접하는 사물과 자연의 테마를 사색의 범위로 삼았다. 가볍게 산책하며 발끝에 채이는 돌처럼 사색한다. 방향성의 자유로움이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간은 장편소설을 읽으며 허비하는 시간이 아닌 시를 음미하는 시간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얼핏보면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이 깊이가 없고 산만해 보인다. 그러나 작가 특유의 통찰로 주제를 비유하고 해설하며 독자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설득 당하고만다.
노인을 통해 듣는 가벼운 이야기들은 얕은 사색을 닮아서 결국 얕은 사색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자존감 높은 나로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해 주는듯하다. 경험이 많은 카운셀러의 등장과 말투가 아니어도 청년 그 나이로써의 사색을 담은 소소한 산문집이었다면 더 한층 빛나는 산문집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굳이 ‘노인’과 ‘얕은’의 단어가 없어도 자연스럽고 좋을뻔했다. 의도는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인생의 카운셀링은 경험과 시간에 비례하지만 사색의 방법에 관하여는 굳이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특유의 통찰로 스치듯 간과할 수 있는 ‘당연함’에 ‘이유’를 달았다. 스스로 생각의 유연함과 무한함을 단련한 것이다. 청년으로서 할 수 있는 참신한 비유가 ‘소주’와 ‘식물 키우기’에서 읽힌다. 다양한 진리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삶의
언저리에서 현실적으로 얻게 되는 경험을 통한, 즐거운 사색놀이의 시간이었다. 만만치 않은 인식의 깊이는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