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이꽃송이 지음 / 휴앤스토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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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년여의 715일의 시간을 세계 여행에 쏟게 되면서 갖게 된 행복이 읽는 내내 고스란히 전해졌다. 55개국 174개 도시의 여행.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은 기대가 없었던 낯설은 시간을 행복으로 채워나가게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때론 정으로, 때론 충격으로 다가왔다.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하고, 오빠같은 사람을 만나거나, 변태를 만나기도 한다. 그것만 보아도 그녀의 긴 여행에 대한 고달픔이 실감난다,

​꼼꼼한 여행일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여비를 아끼려 걷고, 덜 먹고, 텐트를 이용해 덜 쾌적하게 자는 것이었다, 일을 해주고 한국 식당의 마당 한켠에서 텐트를, 비오는 낯선 곳에선 문 두드려 아무 집에서나 마당텐트를 치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경찰서 안에서도 그러했던 그녀다, 그러한 베짱은 그녀의 끝없는 여행에 대한 갈망으로 엮여 715일의 긴 여정이 가능하게 했다. 그녀는 화려한 곳을 일부러 찾지 않았다.

굳이 돈을 내고 유명한 관람을 하거나, 비싼 레스토랑을 찾아 배를 채우지 않는다. 그녀의 시선은 오롯이 자연과 그 웅대함에 그리고 사람에 꽂혀있다.

​서울에서의 복잡한 삶은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그렇다고 딱히 힐링이 되는 환경도 주어지지 않는다, 고되게 일한 후 남는 것은 보람보다는 자괴감일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일상에 매몰되다보면 어느새 20대, 30대 40대.... 시간과 습관의 굴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갈 수 있는 용기마저도 쉽게 허락치 않는다.

그러나 작가는 달랐다. 그녀의 감성은, 그녀 자신을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봄으로써 폭팔되었다. 돈을 많이 쓰는 여행이건, 그 반대이건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는데 동감한다.

흔쾌히 작가는 후자쪽을 선택하며 여행을 즐긴다. 사진을 팔며 또는 스킨스쿠버 핼퍼를 하면서 그곳에 체류할 수 있는 여비를 만들기도 한다, 그곳을 떠나기 전 바다 깊은 곳에 들어가 이별에 대한 아픔으로 울던 대목을 읽으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녀가 정말 여행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글귀였다.

“이곳이 천국이라면 좋겠어..다함을 떠나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혼자 탱크를 메고 가까운 바다로 들어가 마스크에 물이 차는 것을 몇 번이나 빼내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바닷속에 앉아 펑펑 울었다. 이 바다를 두고 내가 떠날 수 있을까. “

습하고 더운 아프리카 현지인들과의 열악한 버스 여행, 오줌과 섞인 물을 건너 새벽녘에야 탈 수 있었던 배 여행, 그리고 목숨을 담보로 한 산행과 두려움을 이기고 걷는 외로운 길 위의 시간들. 이 모든 것은 작가가 힘들게 선택한, 그들을 이해하고 그 안에 섞이고자 하는 값진 선택이었다.
그녀가 그토록 바란 자유의 신나는 인생이다. 여행의 긴 시간 동안 그녀는 울고 웃었으며,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고단했던 시간이 돌아켜 보면 내적 성숙과 환희가 침전된 그녀만의 보석을 찾는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제 2의 인생은 그렇게 펼쳐진다. 그녀는 또 다른 여행지를 위해 짐을 싸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점점 작가의 흥미로운 삶에 매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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