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 경계존중으로 시작하는 우리 아이 성교육 부모 가이드
엘리자베스 슈뢰더 지음, 신소희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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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너무나 당연한 문장인데 과연 나는 당연하게 지키고 있고 전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정말 자녀를 자녀 독립적으로 인식한다 이런 생각이 우리 나라에서 자리잡게 된 건 정말 얼마 안되었구나 싶기도 하다. 예로 성희롱이나 성추행한 성인 남성들이 '딸 같아서 그랬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나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집 어린이가 3살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뽀뽀나 포옹을 하기 전에 '뽀뽀해도 될까?', '안아도 될까?' 물었다. 6살 쯤 된 어린이는 매번의 질문에 '엄마는 언제든지 해도 돼'라고 평생 허락을 해주었다. 그런데 8살이 되더니 마음이 바뀌었는데 '물어보고 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했고, 그 뒤 9살이 된 지금은 아침이나 잠들 때 물어보고 하곤 한다.


어린이에게 묻기 시작했던 것은 어쩌면 어린이의 경계를 존중해주고자보다 내 경계를 존중받고자 시작이었던 듯하다. 3살 무렵 자꾸 가슴을 만지려고 손이 불쑥불쑥 들어온 탓에 '엄마 몸이야. 엄마한테 물어보고 엄마가 괜찮다고 할 때만 만지면 좋겠어.'가 시작이었다. 그 뒤로 어린이는 '엄마 쭈쭈 만져도 돼?'라고 물었고, 나는 나의 상태에 따라 '응, 그래 대신 엄마가 싫다고 하면 바로 그만해줘야해',  혹은 '오늘은 엄마 가슴이 좀 불편해. 오늘은 안 만졌으면 좋겠어'라고 답했다. 물론 어린이는 거절 당할 때면 매우 섭섭해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몸의 경계를 배워갔던 듯하다.


우리집 어린이의 반에는 여자 어린이가 3명, 남자 어린이가 우리집 어린이 1명이다.(대안학교에 다니는 터라 한 반에 4명의 어린이가 배움을 하고 있다) 1학년 때부터 워낙 똘똘 뭉쳐 놀다보니 서로 손을 잡거나 몸이 부딪치는 건 부지기수이고 안아서 서로 들어올리거나 잡고 놓지 않는 등의 놀이도 서슴이 없다. 허물없이 잘 지내는구나 감사하다가도 놀이가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면 우리집 어린이에게 계속 말하게 된다. '손 잡기 전에는 손 잡아도 돼? 라고 물었으면 좋겠어.'라거나 '안는 게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라거나 말이다. 그럼 어린이는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니 그만해도 된다는 표정으로 얼렁뚱땅 대답해버리곤 한다.


반복하는 나의 이야기에 얼마나 중요한 지는 아는 듯하지만, 잔소리처럼 들리는 건가 싶어서 <내가 안아줘도 될까?>나 <내 머리 만지지 마세요> 등의 경계 존중과 동의에 관한 그림책을 주었다. 내 딴에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 역시도 '네 몸은 소중해.', '누가 네 몸을 만지려고 하면 안된다고 해야해' 정도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 이상으로 깊이 생각하거나 전하려고 노력을 못했구나 싶다. 


'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는 알록달록한 표지가 마치 어린이를 위한 책 같지만, 읽기 시작하면 이건 양육자 필독서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말 너무나 친절하게 양육자부터 교육하고 시작하는 책이다. 왜 경계를 존중하는 게 필요한 지, 어떻게 동의를 구해야하는지, 위험한 상황 혹은 포식자로부터 어떻게 피해야하는 지 등을 방법론적으로 설명하는 데 앞어서 이게 왜 중요한 지부터 이해시키고 방법을 알려주고 실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까지 알려준다. 읽으면서 '그냥 이 문장은 통깨로 외워야겠어' 라고 생각한 문장이 한두개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의 구멍도 많이 발견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굉장히 모호했던 것들이 명확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 보호자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도 읽으시면 좋겠다 싶다. 더 많이 읽어보면 아쉬운 부분이 발견될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굉장히 큰 도움을 받으면서 여러차례 반복하면 읽게 될 듯하다. 


우리집 어린이에게 아직까지는 언제든 무슨 얘기들 들어줄테니 언제든 엄마에게 얘기하라고 얘기해왔지만, 이따금 그 기대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올해가 되면서 '좋은 본보기가 되는 어른 여성'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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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좋아! 토끼 베이커리 아르볼 상상나무 13
마츠오 리카코 지음, 김숙 옮김 / 아르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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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엄청 귀엽네요! 토끼해 맞아 읽어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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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성교육
김수진 외 지음, 성평등교육활동가 모임 모들 기획 / 학이시습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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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성교육> 읽는 내내 참 좋았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고, 가슴을 치면서도 읽었다. 아하! 하고 뒤통수를 치는 내용도 있었고 안타까움이 한숨이 나오는 부분도 있었다. 양육자, 선생님들, 다양한 층위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아, 이 분들 이렇게 서로 이야기 나누고 글 쓰면서 그래도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괄적 성교육은 성교육을 아주 근원적인 부분부터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인간이 성적 존재라는 것. 언제였던가.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는 말은 엄마아빠의 성관계를 독려하는 것과 같다는 걸 알아차렸던 때가 있었다. 아주 작은 곤충부터 동물까지 모든 생명은 교미의 관계를 통해 탄생한다. 그렇게 태어난 존재이면서 성과 관련된 것들은 과정이나 맥락에 대해서 지워버리려는 듯, 혹은 환상처럼 부풀리면서도 가장 더럽고 수치스러운 것처럼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아이엠비너스> 보면서,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 에 함께하면서 정말 했던 생각이었다. 모르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성교육의 혹은 성인식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 아니었을까.


포괄적 성교육은 이 모든 것들을 이미 알아차린 현장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깨부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들을 토로하고 있었고, 그래서 읽으면서 참으로 감사했다. 이제 아이들은 포괄적 성교육을 받고 자라야하고 자랄 것이다. 그 범위는 지금은 아주 적겠지만 이렇게 고민하고 도전하는 선생님들과 활동가들이 있기에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양육자들도 배우고 따라가야한다. 사회도 변하고 배워야할 것이다.


이제 8살이 된 남자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아이는 성장하면서 청소년이 될 것이고 성인이 될 것이다. 무엇을 해야할까. 읽으면서 고민했다. 양육자로서, 여성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언젠가 '포괄적 성교육'이 보편화되어 그냥 '성교육'이라고 불리어도 되는 때가 와야하는데, 그것을 위해 할 수 있는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을 여러번 읽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주변의 많은 양육자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함께 읽고 함께 변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포괄적 성교육은 자신의 몸, 욕망,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해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관계 맺는 법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 P5

우리에게 부족한 건 성평등한 관점이었다 - P7

포괄적 성교육에서 ‘포괄‘이 성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학습적으로 포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바로 모든 학습자를 포괄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포괄적 성교육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누구든 소외되지 않고 모두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신의 성, 신체, 삶에 대해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민성 교육으로서의 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가 여기 모여 고민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 P65

존중받은 경험이 있어야 존중할 수 있다. - P87

우리 모두 성적 존재이기에 모두가 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포괄적 성교육을 ‘우리 양육자‘부터 열어 갔으면 좋겠다. - P156

성교육은 일상교육이다.일상에서 이루어져야하고, 반복되고 연결되어야 ㅎ나다. - P179

두려움없이 말할 수 있고 존중받으면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분명 인권과 행복에 기여할 것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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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
벨 훅스 지음, 김동진 옮김 / 학이시습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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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


재밌게 읽었다. 요즘 교육에 대해 여러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는 나의 상황과 맞물려 벨 훅스의 고민은 훨씬 더 근본적이지만 어쩌면 더 쉬울 수 있는, 하지만 지금의 사회체계에서는 결코 쉽지 않을 것에 닿아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나는 벨 훅스의 고민과 방법이 너무나 적절하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 동의한다. 


나는 공동체가 맞지 않는다. 스스로를 '느슨한 공동체'라고 부르는 공동체는 정말 나와 맞지 않는다. 그런 공동체에서 나는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책임은 어디에 있고,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너무 어려워서 결국 튕겨나오곤 만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공동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싶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벨 훅스가 말하는 건 '교육 공동체'이고, 그러니까 '공동체 교육'이 아니라 교육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공간과 시간에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보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거듭거듭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면 이해가 된다. 왜 희망을 말하기 위해 쓴 것인지. 왜 공동체라고 말하는 것인지, 근데 왜 이야기는 벨 훅스의 교육에 대한 여러 깨달음과 방법들, 그리고 파커 파머라거나 파울로 프레이리가 계속 인용되는지 말이다. 페미니즘이든 인종 차별이든 무엇 하나만 '교육'한다고 해서 그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삶 속에서 깨달은 벨 훅스구나 싶었다.


내게 이 책은 교육자와 학생이 존재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일종의 '교육 공동체'가 서로에 대한 섬김과 사랑으로 열려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접하고(그것은 저항과 투쟁이기도 하다) 세상에 대해 고민하고 그래서 다른 세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지면 자신의 주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게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이러한 힘은 지식을 주입하고 경쟁하게 하고 경쟁에서 지면 수치심을 느끼고 도태되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 내에서는 불가하다. 정말 교육, 가르쳐서 길러내는 것, 내면에서부터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내는 것,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힘, 배움이 즐거워 계속 세계를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 그것이 행복이 되는 것 등이 이루어지는 교육 공동체가 필요하다. 벨 훅스는 분명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았고, 그래서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보았다.


나는 벨 훅스에게 고맙다. 벨 훅스는 대학 강의실에서의 교육을 말했지만, 나에겐 지금 당장 초등학생부터의 교육이 고민이다. 벨 훅스의 글로 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공동체에 대해서도 명백한 답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교육에 대해 생각해볼 지점이 아주 많다고 생각된다. 처음부터 쭉 읽기보다는 이따금 내게 도움이 될 법한 챕터를 열어서 읽을 때 큰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위협은 낙심하는 것이다. 내일을 향한 우리의 이상은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구체적인 변화의 상황에서 나올 때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P19

가르치는 일은 계속해서 마음을 여는 용기다. - P30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마음이 결코 지칠 수 없는 것, 소외되지 않으며,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고, 두려워하거나 불신하지도 않으며, 후회할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것이다. 교육, 즉 교수와 학습이라 불리는 이 심오한 사람 간의 교류는 단지 정보를 얻거나 직업을 구하는 문제가 아니다. 치유와 온전함에 관한 것이다.ㅏ 교육은 힘을 실어 주는 것, 해방, 초월, 삶의 생명력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교육은 이 세계에서 우리 자신과 우리의 자리를 찾아내고 지키는 것이다. - P67

민주적인 교육자들은 "가르침과 배움과 공부가 진지할 뿐 아니라 행복을 만들어 내는 행위가 되는 교실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한다. - P69

아무도 인종차별주의자로 태어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선택을 한다. - P82

가르치는 일은 아주 좋게 말해서 돌보는 일이다. - P133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고, 미래가 위태로워지리라는 걱정없이 지금 이 수간을, 즉 강의실의 ‘지금‘을 즐기라고 가르치는 것은 진정한 교육자라면 꼭 해야할 마음챙김의 실천이다. - P263

우리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치유하도록 교육할 용기를 내야한다. 이것이 전환교육의 이상이다. 그것이 바로 자유 실천으로서 교육이다. - P275

수동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질문하도록 말이다. 이것이 자유 실천으로서 교육이 하는 일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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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엄마야?
버나뎃 그린 지음, 애나 조벨 그림, 노지양 옮김 / 원더박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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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가 진짜 엄마야?>를 읽을 때마다 아이는 엘비가 엄마를 설명하는 묘사들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설 수 있다거나, 스파게티를 먹으며 용 발톱을 깎아 줄 수 있다거나 하는 엄마의 특별한 능력들이 호에겐 대단하다거나 놀랍다기보다 그냥 그런 책의 표현들이 재밌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서 내가 누가 진짜 엄마냐고 물었을 때 아이는 그냥 아무나 “이 사람!” 하고 가리키고는 내가 “그래? 그 사람 같아?” 하니 “아니?! 그럼 이 사람!”하고 다른 사람을 가리켰다. 아. 아이는 누가 엘비의 진짜 엄마인지 관심이 없구나 싶었다. 


우리 아이는 누가 진짜 엄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아이에게 물었다. 내가 너의 진짜 엄마가 맞아?

아이는 확신에 찬 눈을 반짝이며 “응!”하고 대답한다. 


아이에게 물었다. 00야,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아이는 단번에 “엄마는 좋은 사람” 

아빠는? “아빠는 좋은 사람”

내친김에 계속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할머니는 좋은 사람” 

어린이집 선생님은? “선생님은 좋은 사람” 


그러고보니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놀러갈 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네 엄마나 다름없다고 했고, 카시트에 앉을 때에는 안전벨트가 엄마 대신에 너를 안아주고 지켜주는 거라고 했다. 아이에게 어린이집 선생님은 어린이집에서 엄마라고 했다. 아이를 지켜주고, 아이에게 좋은 일을 해주는 온갖 것들을 다 ‘엄마’라고 얘기한 사람이 나였다. 


오히려 나는 처음 책을 받고 호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다가 ‘엄마는 무서울 때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라는 문장을 접했을 때 울컥 해서 눈물을 꿀꺽했다. 용의 발톱을 깎아 주거나 한손으로 물구나무를 서거나 하지 않더라도 그냥 이따금 나를 꼭 안아준다거나,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그건 내가 우리 엄마에게 많이 바랐던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쩌면 이 책은 아이보다 성인에게 필요한 책일 수도 있다. 자기도 모르게 낳고 키운 사람만 엄마이고 엄마는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엄마에 대한 자신만의 기대와 실망이 있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생각해보면 경험의 문제다. 남편을 낳아주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지금은 남편의 아버지가 재혼하셔서 새 어머니가 계시다. 그러니 아이에게는 ‘하늘나라 할머니’와 ‘할머니’가 계시다. 그리고 나의 엄마도 아이에게는 ‘할머니’다. 이미 할머니가 여러명인 아이는 아빠와 엄마의 엄마도 여러명이고 그 모든 엄마들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신을 아껴준다는 걸 안다. 그런 아이에게는 엄마가 둘이든 셋이든 그게 이상할 게 없고, 도대체 왜 자꾸 엘비에게 누가 진짜 엄마라고 묻는지 의아할 뿐이다. 


그러고보니 그러다. 누가 진짜 엄마인지가 뭐가 중요한가.

진짜는 뭔가. 진짜가 아닌 건 또 뭐고.

중요한 건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엄마가 있다는 것이고,

게다가 2명이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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