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훅스 같이 읽기 -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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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같이 읽기>


난 벨 훅스가 참 좋다. 여성학자나 세계적인 페미니스트들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에 이어 읽게 된 <벨 훅스 같이 읽기>를 통해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벨 훅스를 좋아한다. 이렇게 말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벨 훅스, 딱! 내 스타일이다.


<벨 훅스 같이 읽기>는 벨 훅스의 저작들에 대한 안내글과 그 저작과 관련된 저작들의 경험과 사유가 담긴 7편의 글로 이루어져있다. 읽으면서 식탁 위에 항상 올려두고 눈에 띌 때 아무곳이나 한 챕터를 열어 읽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했다. 제목이나, 학자 이름 때문에 어려울 거라는 마음이 들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교육자들의 글이라서 그런지 친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이라 술술 읽힌다. 내용이 가벼워서 술술 읽히는 건 아니다. 저자들이 참 많이 고민했고,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겠구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해왔던 고민들과 맞닿은 고민들이 많이 등장했고, 그럴 때마다 반가움, 반성과 부끄러움, 가슴을 치는 먹먹함, 그럼에도 감사함과  결국 '희망'을 만날 수 있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나는 결국 '희망'을 얘기하는 게 좋다. 결국 '희망'이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절망적인 상황에 분조하고, 체념하고, 단념하고, 하지만 그래서 무엇, 나는 결국 이 상황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혹은 최후의, 그리고 강력한,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라는데 의심이 없다. 부너미를 만나며 많은 여성 양육자들을 만나오고 함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다른 이들처럼 분노하기보다 희망만 말하는 듯했고, 그게 한편으로 내가 쉽게 타협하고, 현실을 미화해서 안주하려는 건 아닐까, 나의 방식이 정말 맞는 걸까, 문제를 요리조리 잘 피하며 운이 좋게 살아왔기에 감히 '희망'을 입에 올리는 건 아닐까 그래서 말을 아끼고 의견 내는 것을 주춤하던 때도 많았다. 하지만, 벨 훅스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벨 훅스를 읽고 여러 교육 현장에서, 삶에서 벨 훅스를 떠올리며 실천하는 이 책의 저자들과 같은 이들이 있어서 그저, 고맙다. 감사하다.


읽는 내내 수많은 생각이 들었고, 줄을 치고 인덱스를 붙이다 어느 순간 포기하기도 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 많은 생각들이 드는데, 그건 그 만큼 이 책의 글들이 나를 신나게 했다는 의미이니, 당분간 이 신남을 유지하며, 여기서 소개된, 내가 아직 읽지 못한 벨 훅스의 저작들을 하나씩 찾아 읽어야겠다.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를 읽었을 때도 든 생각이지만, 교육자들이 벨 훅스를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무엇부터 읽어야할 지 고민이 된다면 <벨 훅스 같이 읽기> 부터 읽으면 될 듯하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희망‘이다. 여성으로 사는 것이 너무도 힘들고, 사회는 더욱 차별과 혐오의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낙담할 때도,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자고 말을 건네는 벨 훅스의 문장들을 읽으면 책을 덮을 때쯤 다시 희망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P6

다양한 내용과 방식으로 말을 거는 벨 훅스의 책들을 읽고 그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각자의 자리에서 혹은 연대하여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과 질문으로 계속 이어졌다. 이 책은 아마도 그런 고민과 질문을 탐구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 P8

페미니스트로 사는 일은 굴곡이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중략) 하지만 그렇다고 그 길을 그만 걸을 것이 아니라면, 출발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힘을 얻을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필요하다. 벨 훅스의 책은 바로 그런 베이스캠프와 같다. - P11

벨 훅스는 주인의 도구, 즉 이론과 학술의 언어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 자신의 무기로 만든다 (중략) 당신들, 그렇게 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없어. 너희의 언어로 너희들끼리 소통한다고 변화가 만들어질 수 없어. 나는 너희의 언어를 비틀어 소외된 사람들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쓰겠어. - P66

나의 자리를 잊지 않고 주변을 살피려는 노력 없이는, 혼자만 우뚝 서서 덩그러니 행복해지는 그런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페미니스트라는 당신들이 모를 리 없다고. - P108

우리 모두는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느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수많은 불편함에 대한 공동 기억 속을 걸으며 함께 나아가고 있는 여성들이다. 우리는 ‘모두‘ 이 좁은 터널을 걷고 있고, 나는 우리 각자가 어떤 미사여구나 레이블을 달고 있건 서로 지지하고 연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벨을 통해서야 발견했다. - P132

현실이 너무 가혹해서 희망이 없어 보일지라도 우리는 반드시 희망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 P173

페미니즘을 삶의 핵심 주제로 선택한 우리는 앞으로도 여러 상황에서 고통과 좌절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두려움을 뚫고나갈 용기와 희망, 사랑 역시 우리 정체성의 일부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우리는 사회를 이루고 만드는 인간 내면의 변화 가능성을 믿기에 이 교육을 한다. 그리고 이같은 선택의 바탕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사랑이 존재한다. 나 또한 이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 P204

어쩌면 내가 페페연구소를 열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는 것이 세상의 모든 여성을 위한다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냥 나와 내 딸들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나 혼자 살다 죽을 세상이 아니라 내 딸들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내 작은 발걸음으로 이 세계가 페미니즘의 방향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으로요.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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