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사지 마세요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경고합니다. 이 책을 사지 마세요. 당신 말고 누군가 적임자가 있을 것입니다. 읽는 동안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을 겪기 싫다면, 부디 이 책을 사지 마세요.

     책을 읽으면 당신은 우선 갖고 싶은 책을 가질 수 없는 애서가의 심정을 느끼게 됩니다. 아, 얼마나 애처로울까요! 저자는 분명 가학적인 취향일 것입니다. 

"자, 내 컬렉션을 봐봐. 내가 이 책을 얼마나 힘들게 구했는지 모르지? 네가 과연 <후장 사실주의 제1호>의 가치를 알고 있을까?" 

당신은 오랜 내공이 쌓인 저자에게 -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  무지의 죄를 추궁당할 것입니다. 아무리 책을 사랑하는 자라도 수집을 소홀히 한 죄를 시인하고 무릎 꿇을 수밖에 없겠죠. 

     주저앉은 당신에게 저자가 손을 건넵니다. 천사 같은 달콤함을 지닌 그 손은, 사실 악마의 손입니다. 저자는 존재조차 몰랐던 희귀본과 위대한 작가의 일화를 소개하며 당신의 독서광으로서의 지식욕을 채워줍니다. 그와 동시에 그것들을 갖고 싶은 마음이 동하게 할 것입니다. 결국 길을 떠나 힘겹게 정보를 수집해 마침내 마주한 귀한 책. 하지만 지갑을 열었을 때 보이는 푸른빛, 창백해지는 얼굴! 

     그러니 지갑이 두둑하지 않다면 부디 이 책을 사지 마세요. 먼저 구매해 파산할 지경에 이른 선배의 충고를, 마음 깊이 새겨듣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