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그리스도인 (워크북 합본집)
김기현 지음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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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은근 많이 읽었다. 기독교 영역의 글쓰기 책을 제대로 본 것은 아마 처음인 듯하다. 글쓰기를 신앙과 연결시키는 시선이 신선했고 타당했다. 신앙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풀어낸다는 건 그 둘에 대한 명료한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유의 시도들이 뻔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이 시도는 그렇지 않았다. 그만한 영성과 시간의 축적 때문이리라.

    내가 느낀 저자의 강점은 솔직한 자기 이야기이다. 글쓰기하면 다들 철학을 이야기한다. 자기가 해온 것들을 정리하고, 포장하고, 예쁜 이름을 붙여서 판다. 그거 말고, 어떻게 책이 써지냐고. 그게 내 질문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그것을 해냈다. 대상은 자기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세는 관조적. 구체적이고 실제적이어서 좋았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심지어는 자기 책에 자기 책을 비평한 사람의 내용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걸 솔직하게 꺼내놓는 용기가 이 책을 빛나게 한다.

    글 쓰는 방법을 배우기는 좋지만 딱딱한 느낌을 지울 순 없다. 이 책에서 바라면 안되는 것이겠지만 현장감과 생동감이 아쉬웠다. “글은 결국 그 사람이다. 무릇 모든 책은 저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책과 글은 쓰는 이의 인격이요, 얼굴이다.” 저자는 여유가 있을 때 글을 통해 자신에게 드러난 사태를 표현하고 전하는 것이 은사라고 말한다. 신학적 책 읽기를 좋아하고, 사색하기를 즐기는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그런지 내 인격에 저자의 글은 너무 정형화되고 제단된 느낌을 준다. 기본 형식은 중요할 수 있겠지만 창조성과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책상에 앉아 이렇게 저렇게 조립해보는 가상현실 혹은 온실 같다고 해야 할까? 인용되는 글들도 내용은 너무 좋은데 나에겐 백화점 느낌이었다. ‘야, 이거 이거 이거 다 좋은데 역시 백화점 짱이지 않냐? 너도 해봐.’ 좋은 이야기는 세상 천지에 많다. 오히려 내 마음을 사로잡는 한 서사에 더 목이 말랐다. 마치 연역적 설교가 그저 교훈적이라는 느낌처럼 말이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기예들이 적확한 이유가 필요하달까.

    “말과 글이란 소통과 전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고 변모시킨다. 그리고 창조한다.” 책을 다 넘기고 정말 글쓰는 그리스도인으로 설득, 변모, 창조되었나 반문해보았다. 창조까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창조는 해석학적 작업을 통해 없는 것을 있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쓰고자 하는 다음 세대들에게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글쓰기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건 아닐까? 어쩌면 그것은 온전히 다음 세대들의 몫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쓰고, 읽고, 해석하고, 비평하는 이러한 몸부림 속에 싹트는 새로움만이 우리의 희망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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