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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1년 7월
평점 :
오랜만이다.
소설을 읽은 지가 얼마나 됐는지...
필요한 텍스트만 잡아 읽다 보니,
거참...
뭔가 새로운 변화를 줄 것 같았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쓴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유고작!
(눈먼 자들의 도시는 정말 명작이었다)
(영화도 너무 좋았고)
(주제 사라마구는 이 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책이 막 술술 읽히는 건 아니었다.
이유는... 좀 답답한 인생사를 보는 게 유쾌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게다.
결국, <스카이라이트>를 보는 동안 내 오랜 습관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소설의 결말을 확인하는...
(이 버릇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으면서 완전 자리 잡았다.)
보통은 아주 극적인 소설을 읽을 때,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걸 견디기 힘들 때 그렇게 확인하곤 했는데...
<스카이라이트>를 읽으면서도 먼저 결말을 확인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젤 뒤의 몇 챕터를 먼저 읽어낸 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앞으로 돌아왔다.
우리네 인생사가 그러하듯,
극적 반전은 없었다.
잔잔히 흘러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무얼 바라고 살아가는가?
(바라는 바를 내비칠 수 있는 환경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는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은 아닌가?)
과연 그걸 위하는 걸음을 내딛고 있는가?
(의지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괄호 안의 또 다른 질문 또한 뒤따라 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긴 했다.
1953년에 쓰여진 이 작품!
리스본의 가난한 이들의 삶을 담은 <스카이라이트>!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도 아닌...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도 아닌...
그저그렇게 살아가는...
그럼에도 각자의 소신은 살아있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희망을 품고 사랑하는...
그렇지만 소신, 희망, 사랑... 이 모든 것 또한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른다.
다 내 맘과 같지 않게, 때로는 무질서하게, 제각각의 방향으로...
그래서 이런 대사가 나오는 것 같다.
지금은 세뇨르 실베스트르의 말씀처럼 제가 상당히 쓸모없습니다.
하지만 세뇨르 실베스트르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유용함보다는 일시적인 무용함이 더 좋습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유용함이라니!
너와 내가 우리가 되는 그런 건... 상상 속에서만 퍼펙트하고 아주 아름답기만 하게 완성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이 지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스탠스를 잡아야 할지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일지 모른다.
무용함이 정말 좋아 무용함에 머무를지,
무용할 수밖에 없어 무용함에 머무를지,
유용함을 그닥 바라지 않음에도 어쩔 수 없이 유용함에 머무를지,
유용함을 바라고 유용함에 머무를지...
물론 이외에도... 무용함과 유용함 지대를 오가며 살아가는 이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그래도 유용함이 좋다.
(나이 들어서일지도;; ㅎㅎ)
다음 사진은 내가 꼽은 몇몇 페이지다.
(위에 쓴 대사 페이지는 제외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