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러, 유라시아! - 녹두 거리에서 샹젤리제 거리까지
김창현 지음 / 푸른길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여행기라는 장르는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바쁘다는 생각만 하고 여행을 몇번 가보지 못했는데 여행기를 읽으면 언제나 여행을 갈 수 있는 그들이 부럽기만 할 뿐, 그 책에서 느껴지는 감동이나 공감, 즐거움은 나에게 박탈감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의 바쁜 삶을 살다가 여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재미있는 것은 여행을 떠나고 나서도 여행이 재밌었다 라던지 이게 좋았다 라고 쓰기보다는 여행을 떠나며 느끼게 된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써놓은 것이다. 이런 비루함이라니! 게다가 책에서의 그는 현지인을 의심하면서도 사기를 당하고 여행하는 내내 한국음식을 그리워하는 괴상한 여행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써놓는 작가가 나의 바쁜 삶과 짧은 여행들과 겹치면서 묘한 공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나와 같은 사람이 쓴, 20대 청년이 떠난 힘겨운 고생길. 하지만 이를 통해 그는 나에게 어디에 있더라도 변하지 않는 우리 라는 정체성을 확인시켜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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