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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가 들려주는 백범 일지
이경순 지음, 송준일 그림 / 세상모든책 / 2007년 7월
평점 :
서점에서 ‘유길준이 들려주는 서유견문’ 이라는 책을 보고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아이의 사회공부를 도와주다가 유득공의 발해고, 유희는 언문지 하며 무작정 저자와 작품을 줄긋기해 외웠던 기억 때문이다. 예전의 나도 그렇게 달달 외워 공부했지만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은 물론 없고 또 그 작품들을 왜 외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작품을 접해볼 수 있다면 저자는 물론 그 작품이 갖는 시대적 의미와 문학사적 위치를 일일이 외우지 않아도 쉽게 또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구의 백범일지야 전국민이 다 아는 고전이라서 외울 필요는 없겠지만 정작 제대로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아이에게 책을 권하며 ‘김구가 들려주는 백범일지’를 먼저 읽어보게 됐다.
27년동안이나 그토록 사랑하는 조국 땅을 밟지못하고 이국을 떠돌며 나이 50이 넘어 아비의 살아온 내력을 알려주고자 두 아들에게 유언처럼 써내려간 글, 사연을 알게되면 쉽게 읽을 수가 없는 글이다. 가족보다는 국가를 우선할 수밖에 없었던 삶에 대해 마치 선생은 두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듯 써내려갔다.
선생의 일생은 파란만장하다. 김창암에서 김창수로 다시 김구(金龜)에서 김구(金九)로 이름이 바뀌는 만큼 그의 인생은 숱한 굴곡을 걸어왔다. 가장 천하다는 백정과 범부들도 자신정도의 애국심을 가져야만 나라의 완전한 독립을 이룰 것이라며 지은 호 ‘백범’은 우리 민족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이름이 됐지만 김구선생은 날 때부터 특출난 인물은 아니었다. 어렸을때는 개구쟁이로 유명했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공부했고, 임종을 앞둔 아버지께 허벅지를 찔러 피를 드렸다가도 너무 아파 후회하기도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성격급한 한 사내는 암울한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반성으로 민족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오롯이 바치는 큰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
백범일지를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과연 나라면,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아님 지금 그런 상황이 다시 온다면 선생처럼 또 당시 독립을 위해 애쓴 선조들처럼 행동할 수 있겠는가’였다. 선생은 상상할 수 없는 희생과 열정으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삶을 내어놓았다. 국가나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그 삶이 고귀하다고만 말 할 수 없는 오늘에 살고있지만 그 시대가 지녔던 진정성은 진지하게 전해진다.
아이와 함께 꼭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그 시대에 대해, 그리고 힘겨운 시대를 살아내고 또 너무 쉽게 잊혀진 수많은 선조들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