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건축
이토 도요 지음, 이정환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2011년 3월 11일.

자연이 움직이는 가장 거대한 공간의 변화.
통제할 겨를조차 없었던 사상 초유의 재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는 
이토 도요의 '내일의 건축'.

사람과 자연이 일체가 된 세계가 있다고 해요.
맹렬한 자연 앞에서 쓰러지지만, 결코 자연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몇 번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목적은 없지만 왠지 안도감이 드는 장소'
피해주민을 위한 이토 도요의 첫번째 고려사항이었어요.

그로부터 두달 후, 이토 도요가 결성한 건축가 모임의 첫 심포지엄에서
그는 복구에 임하는 몇가지 자세를 공언하게 됩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꼭 이 사건에 국한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번째, 비판하지 말것. 
비판하지 않음으로서 제 3자의 시선이 아닌 당사자로서, 참여하겠다고 선언합니다.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와요.
곱씹을 때마다 이해도가 1%씩 적립되는 듯한 이 문장 위에 또다른 연장선을 긋습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두번째,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행동으로 옮길 것.
가장 직접적인 관여부터 나아갈 것을 선언합니다.

마지막으로, 건축가로서의 '나'를 초월한 경지에서 내가 무엇을 할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
이건 어쩌면 지금 사회에서 가장 고민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회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우리는 종종 자신의 정체성 실현에 집착하는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공감이 빠진 그것은 진정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저자는 예술이 아닌 그들을 위한 진정한 내일을 지어줄 것을 약속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건축가와, 사용자가 진정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음을 경험하게 돼요. 
이상적으로 꿈꾸지만 결코 일반적으로는 맛볼 수 없는 그런 행복을 만나게 됩니다.

사회성을 약속해야 해요.
저자는 벌거벗은 누군가에게 제안을 하기 전에, 자신 또한 벌거벗으라고 말합니다.
'역지사지'. 가장 초보적인 사회성을 설명하는 이 말은 
가장 기초적인 말인 만큼 가장 잊어버리기 쉬운 말이에요.

흩어진 건물들을 저마다의 그림자로 끌어안는 밤하늘의 실루엣처럼
저마다 필요로 하는 실루엣을 명확하게
때로는 조금더 길고 넉넉하게 
그렇게 드리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우리 내일의 건축은, 그렇게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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