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평생 성실히 일한 사람이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빚만졌다는 이야기를 너무나 흔하게 듣는 지금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생각하게 된다. 책은 어렵지 않은 언어로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어서 천천히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성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대단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현대인은 행복하지 않다. 우울증이 흔해져버렸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생을 아등바등하다가 죽음을 맞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과연 이런 모습을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대안은 없을까.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 우울증 약을 먹으며 평생을 다 바쳐야 하는 걸까. 우리는 그때가 좋았다는 말을 흔하게 한다. 지금보다 덜 발전된상태이고 더 느린 상태였지만 사람들은 그때를 그리워한다. 그때 느낀 행복감이 지금보다 쉽다고 한다. 많은 것을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던 시절. 그렇다면 다 같이 과거로 돌아가기로 약속하고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느냐 하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도 아니다. 우리 인간은 제가 놓은 덧에 걸려든 것일까. 그래서 저자의 말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일본인에게 있어서 쇼와시대는 히로히토 천황이 재위하던 기간으로 전쟁으로 초토화된 폐허에서 경제를 회복시키면서 희망이 넘치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더나은 미래를 생각하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소상인이 있었다. 단순히 돈을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이 아닌 장인정신을 가진 소상인. 소상인들은 대량생산이 아닌 작은 양을 생산하더라도 노동의 기쁨을 느낀다. 노동에서 소외되지 않는 소상인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장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은 왜 이런 소상인의 철학에 주목하는 것일까.

나 역시 소상인의 철학이 골목곳곳에 퍼져는 시대가 오기를 희망한다. 공장처럼 체인으로 가득한 골목은 도무지 향수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확대보다 존속을 목표로 하는 골목상인이 등장한다면 나 역시 그곳의 단골이 될 것이다.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온 세계가 위기에 처한 지금, 이 책은 작은 희망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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