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마사코입니다
강용자 지음, 김정희 엮음 / 지식공작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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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소설처럼 읽어내려간 마사코의 이야기. 일본에 볼모로 잡혀간 이은 황태자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웃나라의 왕자와 결혼하게 된 마사코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인생이 그가 살아온 시대와 결코 무관할 수 없음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이방자의 민갑완 규수에 대한 태도였다. 이방자 역시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결혼을 했지만 민갑완 규수 역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파혼을 당했다. 이완의 약혼자인 민갑완 규수의 고독했을 삶 역시 측은하지만 외국인과 결혼해 힘든 인생을 살아온 마사코의 삶 역시 안쓰럽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자신이 이은 왕세자 전화와 약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결혼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되다니, 소설 같은 인생이다.

 

민갑완 규수의 인생 또한 소설같기는 마찬가지다. 조선의 관습으로는 황태자 비로 간택된 사람은 강제파혼당했더라도 평생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야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 일로 급사했고 그녀는 상하이로 망명해서 평생 혼자 살았다고 한다. 마사코 이방자 여사는 얼굴도 본 적 없는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꼈고 일본에는 없는 그런 관습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방자는 나중에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시대의 희생자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정략결혼이라는 지금의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은 맺어졌지만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부부의 정을 나누었다. 처음 만났던 그들은 기껐해야 어린애들이 하는 트럼프 놀이나 하는 사이였다. 마사코는 인질로 일본에 왔다는 그를 불쌍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자신이 그의 아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한제국의 몰락은 그 시대를 살았던 왕족들 모두를 행복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방자와 영친왕의 아들의 삶 역시 순탄치 못했다. 그는 영국여성과 결혼했지만 그것을 이유로 이방자 여사와 불화를 겪었다. 그의 영국인 아내는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여성과 헤어진 후 일본으로 건너가 한 무속인과 살았다고 하는데 결국 귀국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당시의 관습과 왕실의 법도들은 나라를 잃은 왕족들이 온전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매우 흥미롭게 이 한권의 책을 읽어나갔지만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당부분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점이 가슴이 아팠다. 일본인이기도 하고 조선인이기도 한 산 여성의 눈으로 대한제국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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