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기담 30 - 기상천외한 악인들이 난세를 헤쳐가는 법
쉬후이 지음, 이기흥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착하다’는 말이 칭찬이 아닌 세상이라고 한다. 너무 착한 사람은 세상에 적응 못하고 사기를 당하고 다니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하니 그런 말도 나오는 것 같다. 난세기담. 이 책은 목차만 읽어봐도 온갖 악행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지러운 시기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결국 그들만의 지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악인을 탄생시키는 것은 어지러운 환경이라는 생각도 든다. 바보처럼 가만히 앉아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처단되어버리는 시기에 경악할 만한 악인도 나오는 법이다. 물론 남편의 첩을 잔인하게 돼지로 만들어버린(너무 잔인해서 상세히 쓰는 것은 생략) 여후의 이야기는 타고난 천성이 악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척부인이 자신의 분수를 알고 몸을 낮췄더라면, 아니 그것보다는 여후의 잔인한 성품을 꿰뚫어볼 수 있는 혜안을 갖추었더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페르시아 출신의 삭원례는 고문전문가다. 고문전문가란 직업은 생각보다 역사가 오랜 직업인 모양이다. 페르시아에서 중국까지 건너온 삭원례는 이국에까지 와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다. 그는 고문뿐 아니라 밀고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는데 악행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람이지만 결국 뇌물죄로 투옥되어 감옥에서 죽었다.

믿기 힘들지만 권력을 위해 아들을 요리해 바친 요리사도 있다. 역아는 황제의 떨어진 입맛을 위해 아들을 쪄서 바쳤다. (노약자는 읽기 전에 우황청심환을 먹으세요, 라고 써붙여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위가 높은 내용도 몇 개 있었다) 하지만 역아는 그러한 잔인한 성정 때문에 재상이 될 기회를 놓치고 만다. 관중은 아들을 사랑하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자기 아들을 잔인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폐하를 사랑하고 존중할 수 없으니 재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워낙 넓은 땅이라 그런지 잔인한 일도 더 많았고 정말일까? 하고 믿기 힘든 일도 있었지만 인간의 잔인함이란 끝이 없고, 어지러운 세상은 그런 인간의 본성을 숨김없이 드러내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법과 제도가 예전보다 발달되어 있어 인간이 잔인한 본성을 드러내기 힘들 뿐, 인간이란 조금만 규제가 풀어지면 본성을 드러내는 존재라는 깨달음도 있었다. 짐승이 아니라 인간으로 살고 싶다면 스스로 자만하지 말고 본성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