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사랑이 남편을 죽였다
차란희 지음 / 푸른향기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인 북한사람들. 요즘은 탈북자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북한사회의 실상에 대해선 잘 몰랐던 것 같다. 특히 외국인과 결혼이 절대 허용 안되는지는 몰랐다. 상류층의 경우, 경우에 따라 허용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아들이 외국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가출을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북한사회에서는 변절자 취급을 하는 모양이다. 그런 상황이니 가족간에도 은근히 서로를 감시하게 될 것이다. 북한사회란 이렇게 가족마저도 서로 감시하게 만듦으로써 불신하게 하고 당에 충성할수밖에 없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 생활하게 된 북한사람들은 북한에서 좋은 대접을 받고 산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게 된다. 자유를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북한사회에 커다란 불만없이 살아온 평범한 여성이었다. 남편과 금슬도 좋았고 듬직한 아들 덕에 북한이란 사회속에서도 행복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 생홀하는 도중, 스물여섯살의 아들이 가출했는데, 그리고 그 이유가 여자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도 외국 여자. 이런 상황에서 보통 부모라면 억장이 무너지기보다 이제 품을 떠나려나보다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 사회에서는 아들이 사랑에 빠짐으로 인해 집안 전체가 매장당하고 수용소로 보내질지도 모르는 큰 일이다. 아들도 그런 사정을 모르진 않을 테니 처음엔 어찌 이렇게 매정한 아들이 다 있나 했다. 심지어 부모가 죽을수도 있고 실제로 그의 아버지는 그 와중에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나라에 살아보지 않은 내가 그의 행동에 대해 가치평가하는 것 자체가 교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스스로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 사랑을 포기하라는 말도 죽음만큼이나 혹독한 고통이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소설만큼이나 감동적인 이야기인데 슬프게도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다. 차라리 소설이라면 마음놓고 슬퍼하고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으련만.

내게는 북한의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고, 통일에 대해 다소 무관심해진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의 고통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눌 좋은 계기가 되어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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