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처럼 사는 - 스물아홉 김지희, 스물아홉 김지희
김지희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표지에 비스듬하게 그림을 들고 있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 화가인 김지희다. 처음엔 잘나가는 작가가 자신의 성공담을 담은 자서전인가 했는데 29살이라면 자서전을 쓰기엔 어린 나이고 이 책은 그녀의 그림에 대한 열정, 일상과 생각의 편린들을 적은 에세이집이었다. 그녀의 글과, 사이사이 삽입된 그림을 교차로 감상하다 보니 마치 미술관에 들른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엿보듯 때론 내밀한 감정들을 적어놓았는데 화가란 사람들의 창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길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 장의 그림이란 것이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분홍빛 꽃을 머리에 꽂고 우는 듯 웃고 있는 시멘트빛 그림은 그림을 그릴 당시의 그녀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림을 보고 있는 나마저도 안타깝고 손을 내밀어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싶다.

 

젊은 나이에 얻은 성공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악바리 근성은 그녀의 지금을 있게 한 중요한 요소였으리라. 젊은 나이에 주목받은 작가가 나르시시즘에서 완벽히 자유롭기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나르시시즘까지도 그녀의 작품활동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리란 생각도 해본다.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열심히 연기공부를 했다던 어느 배우처럼 말이다. 일찍 성공하고 싶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본능은 밑바닥까지 자신을 낮추고 예술을 위해 평생을 바쳐야 하는 많은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게 하는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맨꼭대기까지 올라가본 작가들이 허무함을 맛보고 바닥을 친 다음 다시 힘을 얻어 자신만의 예술을 이루게 된다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로서는 이 젊은 작가의 감성으로 가득한 책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녀의 그림은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마저도 꽤나 매혹적으로 느껴질 만큼 화려하다. 누구든 그 앞에 멈춰 서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될 것 같은 그림들이다. 그림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쓸쓸한 감정이 밀려들며 컬러풀한 그림 안에 숨겨진 메시지와, 화려한 작가의 외모 안에 숨겨진 고독한 감정도 보이는 것 같다.

 

이 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의 나이가 젊은 만큼 앞으로 그녀의 그림이 수록된 글을 만날 기회는 많을 것이다. 책이 권수를 더해갈수록 그녀의 사유도 그림도 더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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