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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 -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
가스가 다케히코 지음, 요시노 사쿠미 그림, 황선희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마음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있다고 한다.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도 때때로 찾아드는 우울감이라든가 살면서 닥친 어려운 상황에서 절망감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자신은 늘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는게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 사람이 어딘가 고독해 보였다. 사실 우리는 늘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끊임없이 위로 올라가고 싶어하고 행복의 디딤돌이 될만한 성과들을 거두려고 애쓴다. 다른사람과 비교해서 스스로를 비하하기도 하고 그런 감정들이 절망감으로 이어져 우울증에 걸리고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살인, 자살, 방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은 인간 내면의 어둠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처음엔 누구나 한번쯤 겪는 사소한 감정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생각처럼 재미있진 않았다. 어딘가 심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뭐 이런 이야기들을 정신과 박사란 사람이 써내려갔을까 싶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삽화들에는 사소한 감정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찌질이들이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참 많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기시감이 든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 같다. 언젠가 나도, 저런 비슷한 기분이 들었었지, 하게 된다. 스스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길든 짧은 한번 쯤 내게도 스쳐지나갔던 상황이다.
별것도 아닌 걸로 친구를 질투하고 미워하고 스스로를 하찮게 느끼다가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느끼고,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사회가 이유를 제공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참으로 별볼일 없는 인생이지만 누구나 겪었을 만한 일들이다.
사실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별볼일없는 인생들에 대해 무관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느낌을 가졌던 적이 있지만 어쨌거나 그건 과거이고 저런 찌질이들과 상종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병든 개인이 많아지면 언제고 나에게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유로 무력감을 느끼던 찰나, 인터넷에 잘나가는 유명인의 기사에 악플을 달고 그것이 그 사람을 자살로 몰았다, 라는 식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감정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고 쉽게 전이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로선 이 책을 읽으며 짧게나마 공감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위화감, 절망감, 불안감, 무력감 등... 그야말로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을(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보았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나름 흥미로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