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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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옴진리교의 지하철 사린가스사건을 다룬 책.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렇게 큰 사건, 사고는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마련인데, 사회 시스템(정부, 경찰과 언론)은 이를테면 즉각적인 대증요법에만 관심을 가진다. 사건의 범인을 잡아서 재판을 통해 죄를 물으면 다 끝났다는 듯이. 하지만, 이러한 사건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려면 그 심연을 누군가는 들어가야한다. 무라카미씨와 같은 작가가 이러한 일에는 적임자일 것이다. 인간성을 이해하는데는 예술적 감수성이 도움이 된다. 그렇게 탄생한 책, "언더그라운드"는 사린사건을 범죄자의 단죄의 측면에서가 아닌, 거울의 반대편 정상적인 사회와 사건의 피해자의 측면에서 바라본 중요한 자료가 된다. 

사건 후 한동안 각종 매스컴에는 지하철 사린사건과 옴진리교와 관련된 뉴스가 넘쳐났다. 텔레비전은 아침부터 밤까지 그에 관련된 정보를 거의 논스톱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신문, 각종 잡지, 주간지는 방대한 양의 페이지를 사건에 할애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거기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1995년 3월 20일 아침에, 도쿄의 지하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그것이 바로 내가 품은 의문이었다. 아주 간단한 의문이다.
...(중략)...
그러나 이상하게도 (또는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겠지만) 내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왜 그럴까.
- p.696 중 

근래, 천안함, 세월호 등의 커다란 사건들을 겪어온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르포문학이 무척 아쉽다.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라는 간단한 의문조차 의혹한점 없이 끝까지 밝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커다란 사건이 벌어지면 범죄자를 찾아 죄를 묻는 표면적이고 일회적인 법적 해결책에만 집중해왔고, 그로 인해, 피해자들은 그 피해에 대해 이해받지 못하고 소외되고 말았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금요일엔 돌아오렴"과 같은 책이 있어 다행스럽다. 해당 책은 읽기엔 무척 아프긴 하지만... 진실은 아프지만 아픈 진실은 아픈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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