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
라파엘 로젠 지음, 김성훈 옮김 / 반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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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형태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에 관한 학문이기도 하다." p.168

 

"음악에 수학이 깃들어 있다." p.171

 

 

 

 

수학시험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올 때가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수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수학의 참맛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어른이 된 후로 수학은 숫자와 계산으로 이루어진 머리아픈 학문이 아니라 아주 재미있는 여러가지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 책은 이런 나의 깨달음과 부합하는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우주로 날아간 맨홀뚜껑, 플라톤 입체, 골프공의 딤플에 숨어있는 기하학, 루빅스 큐브의 조합과 알고리즘, 빗속에서 뛰면 10%정도 비를 피할 수 있다는 것, 생각하는 생명체와 기계의 구분에 앨런 튜링의 방법이 사용된다는것, 저글링 조합을 표시하는 사이트스왑이라는 표기방식, 내시의 게임이론, 구글번역이 문법에 의존하지 않고 확률에 의존한다는 사실, 알갱이 대류의 원리가 눈사태에서 사라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

이 책은 모두 100가지의 아주 특별한 수학 이야기들이 1부 형태, 2부 행동, 3부 패턴, 4부 특별한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수학에 대한 지식이 꼭 필요할 때가 가끔 있다. 그렇다고 전문 수학자가 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디칠때 수학적 근거가 절실해지는 때가 있는데 관련 분야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관련서적을 찾기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였다.

예를 들어본다면, 올해 봄에 지하수에서 나오는 물을 T자 배관을 이용해 부속건물에 연결한 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 연결한 건물은 물이 펑펑 잘 쏟아지는데, 원래 건물은 수압이 절반 이하로 약해진 것이다. 나는 이 문제가 T자 배관에서 생기는 소용돌이 난기류로 인한 지체현상은 아닐까 의심하게 됐다. 그래서 관련 지식을 찾기위해 여러사이트를 뒤졌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지금도 그 일은 여전히 내 머리속을 어지럽히는 난기류로 남아있다.

또 개인적으로 체스를 좋아하는데 문제는 이상하게 실력이 늘지를 않는 것이다. 알고보면 체스게임이나 바둑에는 수많은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경우의 수가 있고 그 알고리즘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가 매우 중요할 때가 있다. 결국 수학은 우리의 일상 생활과 여가 시간에서조차 멀리할 수 없는 인간 삶의 후원자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특히 특히 내 관심을 잡아끄는 항목을 꼽으라면 21. 골프공에 홈이 있는 이유와 46. 내시 균형 49. 확률과 재판 62. 우주의 원자 개수보다 많은 바둑의 경우의 수 등등이다.

46. 내시 균형에서는 내가 예전에 아주 흥미롭게 시청했던 러셀 크로우주연의 영화<뷰티풀 마인드>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학생이었던 존 내시가 우연한 기회에 게임이론을 생각해 낸다. 그러나 내시는 심각한 정신질환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기업을 비롯한 여러분야에서 내시의 게임이론이 활용되고 내시가 노벨상을 받으며 교수들로부터 동료로 인정받는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떠 올랐다. 수학이 단순한 숫자와의 싸움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람들의 심리와 선택에 폭넓게 관련되어 있다는걸 확실히 깨닫게 해준 영화였다.

49.번 확률과 재판에서 내가 흥미롭게 읽은 내용은 확률을 계산할 때 증거의 표집 편향때문에 엉뚱한 계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본문에는 1988년 셀리 클락이라는 영국 여성이 두 번 연속으로 아이를 낳은후 두 아이 다 유아 돌연사로 몇 주만에 숨지면서 유아 살해범으로 몰린 재판을 예로 들고 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유아 돌연사가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런식의 생각(계산)을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종종 하게 된다. 그런데 그 확률을 계산할 때 표집 그룹을 어디까지로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재판에서 전문가 증인이렀던 소와과의사는 한 가정에서 두 건의 영아돌연사 증후군이 일어날 확률은 7300만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중에 영국 샐퍼드 대학교의 한 수학 교수가 영아돌연사 증후군이 두 번 거듭해 일어날 확률이 두 번의 살인 사건 발생 확률보다 4.5배 더 높다는 것을 입증했다. 재판에서 셀리 클락은 처음에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03년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렇게 수학은 우리의 삶에 아주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나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 이상의 놀라운 통찰력과 수학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붙게 해 주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책을 위한 한 가지 작은 제안을 할 수 있다면 컬러풀한 일러스트와 사진이 더 많이 곁들여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왜냐하면 너무나 훌륭한 이 책의 내용을 빛내줄 멋진 사진 한 두장이 약간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수학 이야기를 환상적인 모험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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