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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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뼈’는 미지의 세계이자 동시에 삶을 영위하기 위한 원천이다. 평생 자기 뼈를 자기 눈으로 직접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며, 만약 우리에게 뼈가 없다면 중력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철저하게 굴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꼭 필요한 존재지만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은 효능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한다는 의미에서 매력적이다. 저자인 로이 밀스는 『숨겨진 뼈, 드러난 뼈』를 통해서 그러한 매력을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소개한다. 학구적 열정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뼈에 진지하게 집착해 온 저자의 이력(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 등)은 책에 담겨 있는 그의 주장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뼈는 콜라겐 그물 위에 수북이 쌓인 칼슘 결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라스 위에 놓인 회반죽처럼 말이다. (P. 19)


책은 뼈에 대한 관점을 책의 제목처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1) 숨겨진 뼈에서는 뼈 자체에 대한 궁금증에 집중한다. 뼈의 구조, 종류, (물리적 화학적) 특성과 더불어 뼈 치료의 발전 과정도 함께 다룬다. 2) 드러난 뼈에서는 뼈를 통해 알 수 있는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다룬다. 즉, 뼈의 독특한 특성에 기인하는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설명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두 가지 다른 관점에서 뼈를 바라본다는 사실이 그동안 뼈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는 필자에게는 독특하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을씨년스럽고 암울할 것이란 섭입견을 살짝 내려놓으면 뼈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다.


임자가 죽은 후 부여받은 제2의 삶에서, 드러난 뼈는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활동에 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많은 것을 드러내 보인다. (P. 360)


제대로 보기 어렵지만 알면 알수록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영역이 바로 뼈라고 생각한다. 호모사피엔스의 뇌는 죽음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외면하도록 진화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삶의 많은 곳에서 부조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행복, 진리, 탐구, 열정, 사랑 등이 죽음이라 블랙홀 앞에선 맥없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사람은 뼈와 죽음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그래서 뼈는 우리의 관심을 벗어나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외면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듯, 뼈에 대해 무지하다고 이로운 것은 없다. 다시 말해 죽음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오히려 삶의 의지가 샘솟는 것처럼 뼈 이야기를 알아야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독자를 자연스럽게 뼈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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