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으로 - 우리의 내면에서 무언가 말할 때
안희연 / 오후의소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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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이라 옷방 한켠에 책상을 놓을 수밖에 없는 것만은 여전했지만 창밖으로 낮은 뒷산이 보여 좋았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책상 中)

여성 창작자 10인이 이야기하는 '자기만의 방'은 어딘가 나의 방과 닮았다. 한 편 한 편이 내 이야기 같고, 한 편 한 편이 모두 낯선 그런 기분.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문장을 적어내려가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고, 때로는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읽을 수 있었다. 앤솔러지 에세이의 매력이지 싶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의 방, 내가 머무는 공간을 돌아봤다. 20평 남짓의 집에 4인 가족. 규모에 비해 큰 안방과 적당한 크기의 거실, 좁은 부엌과 옷방으로 사용하는 작은 방. 1~2년이 지나면 벗어날 줄 알았던 이 집을 당분간 떠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서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방, 즉 옷방은 내 방이 됐다. 옷방 한켠에 책상(사실은 화장대)을 두고 그 위에 노트북과 미싱, 애정하는 책들을 올려둔 작은 공간. 이 곳에서 책을 읽고,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일기를 쓰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한 달에 2번쯤 인터넷으로 책모임을 한다.

이 책상의 이름은 가능성이다. 이 곳은 나의 방이다. (우리 내면의 무언가가 말할 때 中)

물리적 공간 뿐 아니라 그 공간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의 양과 질에 있어서도 모두 투쟁으로 얻은 것이다. 가족들에게 사랑과 이해와 도움을 구하면서. 간절함으로. (가장 작은 방에서 짓는 것들 中)

이렇게 그들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 겹쳐진다.



<자기만의 방으로>를 되돌아보고 있는 지금, 갑작스럽게 새로운 방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 찾아왔다. 물리적인 공간이 확장될 수 있는, 어쩌면 허락될지 모르는 새로움 앞에서 가장 먼저 찾아온 건 두려움이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인데 혼자 고민하고 걱정하다가 몸이 아파졌다. 골골대면서 누워있는 스스로가 어이없어서 피식 웃다가 책 속에서 새로운 문장을 발견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최선을 다해 쾌적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잘 채워 나가는 것. 그게 바로 잘 사는 거겠지. (내가 있는 곳 어디든 中)


앞으로의 나는 어떤 방을 만들어가게 될까. 지금의 공간은 어떻게 가꿔나갈 수 있을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어떤 방에 머물든 그곳에서 나의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갈 것은 분명하다. 에세이스트들이 자기만의 방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그러니 상황 변화에 연연하지 말고 내가 머무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잘 채워나가보자고 생각한다. 방문은 한 뼘 정도 열어둔 채로.

우리가 항상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방문을 완전히 닫지 말자. 방문을 한 뼘 정도 열어두면, 언제나 서로에게 말을 걸고 얼굴을 볼 수 있는 거야. (열린 문, 한 뼘의 틈 中)






*오후의 소묘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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