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한 여행자
르네 바르자벨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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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바르자벨이라는 작가는 프랑스 SF 소설의 선구자이다. 1911년에 태어나 1985년에 사망한... 처음에 1911년에 태어났다고 해서 엄청 오래 사네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사망한. 하지만 이 작가의 글들이 프랑스 교과서에도 실린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민간인일때 평범한 수학교사로 살던 피에르, 전쟁 때 우연히 노엘이라는 과학자의 집에 가게 되었는데 이것이 우연히 아닌 이미 정해져있던 운명이었던 것. 노엘이라는 과학자는 피에르의 논문 덕분에 연구가 완성이 되었다며 시간 여행이 가능한 '노엘리트'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불구인 자신은 실험을 할 수가 없기에 피에르에게 미래로 가서 인류를 행복하게 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한다.
노엘이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싸이코인줄. 똑똑한 놈들은 다 이렇게 생각하나 생각이 들었다. 싸이코같은 노엘이 정말 마음에 안들었는데 딱 한번 용기내서 10만년 뒤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가 살인을 저지르며 실수한 덕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시간 여행이 가능했기에 다시 과거로 돌아와 살았지만 생각이 바뀌어 신에 대항한 죄로 지옥에 가기로 하고 죽음을 받아들인다.
피에르는 수백번도 더 시간 여행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되는지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하게 되고 노엘의 딸 아네트와 사랑에 빠진다.
10만년 뒤 세상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상상하기 싫은 모습으로 변한 사람의 을 묘사해놓은 부분들은 정말 읽기도 싫었다. 문명의 발전이 없으면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10만년 뒤 사람들은 전기도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행복해보인다고 묘사되어 있는데 여러 종류의 인류가 하나같이 다 기이한 모습이어서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아네트가 청혼을 하고 피에르도 정신 차리고 살기를 바랬는데 역시나 사람의 호기심은 막을 수 없나보다. 전쟁을 이끌어 프랑스를 울음으로 몰았던 장본인을 죽이려고 마지막으로 돌아갔으나... 온몸을 던져 장교를 구한 병사 덕분에 계획은 실패,, 그 병사가 자신의 조상이었던 것. 그렇기에 피에르는 태어나지 못한 걸 암시하며 책은 끝이 난다.
존재하지 못했다면 조상을 죽이지도 못했을 텐데, 조상을 죽였고 그로 인해 존재하지 않는다.. 참,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첨엔 자유자재로 미래, 과거 어디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발명품이 있다는 것에 혹했는데 역시 신이 정해놓은 운명은 바뀌지 않으며 그것을 거스를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교훈이 담겨있는 소설.
SF 좋아한다면 아마 상상력을 마구 발휘하여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어쩌면 우리의 호기심, 그리고 우리 여행의 일차적 동기야말로 불경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운명을 바꾸려고 하는 것, 가장 사소한 것이라 해도 어쨌든 불행을 인간이 피해 가도록 하는 것, 그것이 신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속죄하기 위해 이 세상에 있다. 우리가 감내하는 고통,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간에, 우리가 지닌 이 모든 고통은 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218p

각 개인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나, 인류 전체의 운명은 불가피한 채로 남아 있었다. 인류는 세기의 전환점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재난들을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일하겠다던 노엘의 계획은 완전히 헛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모두가 고전하고 있는 이 근심과 고통의 늪으로부터 한 남자나 한 여자를 구해내는 일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인류 전체가 필연을 향해 달려가는 일은 막을 수 없다. 인류가 직면할 미래의 불행을 막는 데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노엘리트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발명품인 셈이다. -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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