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하루키의 진정한 팬이 하루키의 책을 열심히 분석하여 쓴 태가 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을까? 그의 글엔 무엇이 있기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일까? 목차를 보면 33가지 작법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읽기가 소개되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여러 권 읽다보면 그만의 특징이 있다. 그러나 그는 한두 가지 특징에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가령 태엽을 감는 새 연대기 책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매우 두꺼워서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중국 학살 사건까지 다루었다고 하니 많은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에세이, 소설, 진지한 글, 유머러스한 글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책 속에서 소개하는 33가지 작법에 소개된 책 속 구절을 따라 읽어보니 아하! 그렇구나 싶다. 하루키만의 문체 특징이 있으면 자칫 다른 장르의 글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그는 또 다른 장르에서도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장치를 사용한다. 구체적인 연도와 숫자를 사용하고 나이를 구체적으로 표시하고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고 등장인물에 기묘한 이름을 붙이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특징이다. 철학적인 말을 사용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를 똑같이 흉내 내는 것도 흥미를 끌어내는데 좋다. 몇 번이고 같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게 하는 건 아마 자신의 책을 즐겨 읽는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가 아닐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러 책 속에서 다양한 문체의 힘을 접할 수 있다. <해변의 카스카>책에서는 캐릭터력을 <태엽 감는 새 연대기>에서는 다층력,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인용력,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는 스타일링력 등 그가 이런 많은 아이디어를 글로 잘 엮는 기술은 그의 단조롭지만 규칙적인 생활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무튼 나카무라 구니오 작가의 무라카미 하루키를 분석한 이 책은 하루키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의 글을 한 권쯤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