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상 깊은 시 세 개를 꼽자면 <눈 내리는 날의 아버지>, <꽃씨>, <바람의 언어>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시에는 내 아버지가 겹쳐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술 마시고 포악해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다혈질인 아버지가 무서워 기분을 맞춰주곤 했었고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했었다. 감정표현이 서툴러 내가 다쳤을 때 화를 냈던 아버지가 그땐 그리도 미웠는데 지금은 마음이 많이 아픈 걸 표현하지 못해 그랬다는 걸 안다. 또 자라고 보니 아버지의 사랑이 가까이에 있었음을 안다. 나는 엄마지만, 아이들이 엄마 편을 들 때 내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지도 조금 짐작이 간다. 소강석 목사도 함박눈이 내리던 날 자신을 업고 약방으로 뛰어가는 아버지의 등 위에서 아버지의 따스한 사랑을 느꼈으리라. 그랬기에 그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있으리라.
<꽃씨>를 읽다 보면 소강석 목사가 어떤 나라를 이루고 싶은지 엿볼 수 있었다. 시에 대한 해석은 모르지만 혼자서만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이기적인 세상이 아니라 예쁜 꽃은 잠시 미뤄두고 꽃씨를 열심히 심어 모두들 그 꽃을 볼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 되길 희망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바람의 언어> 아이들은 바람이 말을 한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른의 기준에선 바람은 바람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성인이 되어서 가만히 앉아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본 적이 있는가.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소리를 무시하여 자연에게 벌을 받기도 한다. 겨울은 죽음을 연상하지만 그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죽음과 삶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강석 목사는 죽음 너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님과 함께 한 삶 그 뒤에 시온 성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교과교육 과정에서 우리는 시를 해석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 여파로 성인이 되어 시를 접할 때도 종종 '숨은 의미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려고 든다.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문학과 친해지라고 하지 않는다. 시는 다른 사람의 세상에 빠져들기에 좋은 수단이다. 미사여구도 많지 않고 부연 설명도 없지만 빠져들게 하는 매력. 이 책을 통해 소강석 목사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