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플리즈
장유리 지음 / 프로젝트A / 201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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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GS건설에서 근무하다 일에 지쳐 퇴근 후 집에서 베이킹을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다 지금은 디저트 개발과 컨설팅 일을 한다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그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고 설레는 일. 그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생기는 일. 그 에너지가 무더운 여름에도 더 뜨거운 오븐 앞에 서 있게 하고 매일매일 부엌을 쓸고 닦는 힘이 된다.(11p)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다. 많이들 꿈꾸는 일을 작가가 해냈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완벽하게, 아니 마음에 들 때까지 끈기 있게 연습했구나. 남들 레시피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레시피를 만들어냈다. 더군다나 타인의 인정까지 받았다. '구황작물 시리즈'를 애정 한다는 작가. 읽으면서 '어! 나도 흑임자, 인절미, 팥 들어있는 거 좋아하는데...!' 했다. 작가가 새로 만들어낸 디저트들이 다 내 스타일이었다. 할매 입맛 떡순이 취향이라는 작가, 취향대로 가게를 오픈하면 대박 날 것 같다.

설탕은 디저트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재료다. 맛을 내는 것도 물론 설탕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머랭이나 크림을 만드는 데 적당한 텍스처를 부여하기도 하고, 촉촉함을 높여 좋은 식감을 만들어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디저트를 만들고 나서 먹는 사람의 앞에 도착할 때까지 디저트가 맛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고 적절한 색과 향을 부여해 다양한 감각으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완성품의 종합적인 맛과 설탕의 다른 기능들의 밸런스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을 때 설탕이 필요한 만큼 알맞게 들어갔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 '적당함의 정도'에는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정답은 없다. 나의 취향을 찾아가면 된다. 그게 만드는 쪽이든 먹는 쪽이든.(77p)

디저트를 함께 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그만큼의 서로의 시간과 생각을 고스란히 공유하는 것. 이제는 핸드폰으로 나누는 안부와 인사가 더 많아진 세상에서 무릎을 맞대고 눈을 마주치며 나누는 시간은 더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그렇기에 때로는 밥집을 고르는 일보다 카페를 고르는 일에 더 신중해지고 밥 한 끼 가격을 훌쩍 넘는 디저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 아닐까.(268p)

감동을 주는 포인트는 의외로 아주 작은 것이다. 디저트를 만드는 과정의 작은 차이와 세심한 배려는 고스란히 그 결과로 나타난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낸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선명하고 그래서 포크를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나만의 것. 그런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274p)

한때 마카롱이 확 유행이었다가 이젠 구움과자가 유행이라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내가 자주 갔던 가게에서 구움과자만 내놓는 통에 발길을 끊었는데. 그 이유는 크기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쌀디저트라 그렇겠지라고 생각했으나 내가 한 입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하나 만들기 위한 노동값이었다. 작가도 빵과 케이크를 포기할 수 없어 '노버터'와 '노밀가루'에 집착했던 시절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은 '역시 밀가루'라고. 쌀디저트를 찾게 된 이유가 모유수유때문이었지만 빵순이 엄마를 둔 덕분에 우리 아들들도 빵돌이라 여건이 된다면 쌀디저트를 직접 만들어 먹이고 싶어 책까지 사두었는데 칼로리와 맛은 비례한다고 한다. 디저트 이름을 보아도 도통 알 수가 없어 모양만 보고 고르기 일쑤였는데 디저트 이름에 대한 스토리가 재미있었다. 초콜릿 쿠키나 브라우니, 그리고 가나슈가 실수에서 탄생한 거라니 역시 실수를 겪어야 새로운 것이 탄생하나보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디저트만 봤을 때는 이 디저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왜 프랜차이즈 디저트 가게에서는 특이한(?) 디저트 종류가 없는지 알 수 있었다. 만들기 엄청나게 손이 가고 어렵기 때문이다. 정말 맛있는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면 그만큼의 지불을 할 용의가 있다. 그러지 못한 곳이 많아서 문제지만...

아이들이 많아 직접 베이킹을 해서 먹이겠다는 마음으로 디저트 관련 책만 수두룩 사놓았는데 이 책을 보니 쉽게 덤벼들 게 아니구나 싶다. 좋아해야 잘 할 수 있을 텐데 먹는 것뿐만 아니라 만드는 재미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가 가게를 연다면 꼭 한 번 가서 디저트를 맛보고 싶다. '구황작물 시리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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