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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 2009-2018
신수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3월
평점 :

<오리 날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고공농성을 펼치는 그녀 제목보고 혹시 농성하는 사람이 뛰어내리는 건가 했는데 자신을 보고 비웃는 형사에게 묽은 대변이 든 오리모양 변기를 던지는 거였다. 그걸 오리 날다라고 표현하다니!!! 혹시나 그녀가 수치심 때문에 뛰어내리면 어떡하나 했는데 '여자가 이런 데서 있으면 불편하잖아.','어차피 뛰어내릴 것도 아니면서'라며 조롱하는 형사에게 오물을 팍~! 결국 그녀는 날지 못하고 강제로 끌려내려가겠지만 그녀의 농성에 함께 한 오리 변기라도 날았다!
<벌레> 공무원 삼수생. 올해도 글러 먹은 것 같다. 어느 날 눈에 띈 벌레. 1평 남짓 고시원에서 숨을 곳은 없었다. 아무리 잡아도 사라지지 않는 벌레. 결국 방까지 옮겼으나 또 나타난 벌레. 방으로 돌아왔다. 북북, 침대 옆과 맞은편의 벽지를 뜯어내기 시작한다. 그 양 벽에 붉은 꽃이 가득해지는 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어느새 해가 기울어 붉어진 하늘에서 감빛 햇살이 달려들어왔다. 붉은 꽃이 화려하게 피어나 방 안을 그득히 채웠다. 나는 그 속에 들어앉은 작은 벌레였다. 웅크린 몸을 쭉 편다. 두 팔을 벌리고, 붉은 꽃 속에 기대어 누웠다. 온몸이 따뜻해지면서 졸음이 밀려왔다. 몇 해 만의 낮잠이었다.(67p) 포기할 수도 붙지도 않는 시험에 계속 도전하는 자신의 모습이 죽여도 죽여도 없어지지 않는 벌레와 겹쳐 보이는 걸까 아니면 벌레 때문에 미칠 것 같으면서도 1평 남짓 고시원을 떠날 수 없어 방에 눌어붙은 자신의 모습이 방 안의 벌레 같다고 생각한 걸까 삼 남매 중 혼자만 사람 구실을 못한다고 생각하며 하고 싶은 것을 찾다 돌아 돌아 결국 공시생이 된 그녀.. 이번 시험을 망치더라도 생을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했으면 좋겠다.
<전광판 인간> 뇌 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은정을 돌보는 사회복지사 보라
인간 취급도 안 하다 어느 날 은정이 말귀를 알아듣는다는 걸 알아챈다. 그리고 어떤 시점에서 갑자기 돌아가던 눈동자가 멈춘다는 것도. 은정은 사지가 멀쩡한 보라가 부럽고 보라는 은정이 밉다. 은정은 고장 난 인간이니 이런 취급을 받아도 싸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은 멀쩡한 인간인데 아버지에게 학대 당하고 갈취당하는 이 삶이 너무 화가 난다. 내리막길 위에서 은정의 휠체어를 밀어버리고 다친 은정을 보며 보라는 고백한다. "널 죽이고 싶었어! 네가 싫어! 널 보면 나를 보는 거 같아. 넌 왜 이렇게 태어나서 이 지경으로 살고 있는 거야!" 은정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니 화가 났던 거다. 안타까움과 분노? 정확히 어떤 감정일까. 그녀가 자신의 손바닥을 폈고 나는 거기다 이렇게 썼다. 살아. 그녀는 내가 쓴 글자를 인식하더니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동글동글한 눈물이 맺혔다.(136p)
뇌 병변 1급 장애로 부모에게 버림받고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고 평생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하는 은정. 자신의 삶이 너무 비참하고 한스러워서 온갖 분노를 품고 있는 보라가 은정에 의해 위로받았다. 전광판 인간처럼 은정은 보라의 속 마음이 보였던 걸까?
<치킨런> 병든 노파(어머니)를 육 남매 중 아무도 모실 생각이 없다. 형편이 그나마 낫다는 이유로 막내 성근이 모시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가족들과 떨어지고 반지하에서 치킨 배달을 하며 노파를 모신다. 그는 20분 안에 배달을 목표로 목숨을 걸고 도로 위를 달리며 돈을 벌고 있다. 아이들은 유학 중... 그런 아이들이 할머니를 정리하고 집에 돌아오라고 한다. (배은망덕한 것들 ㅠ) 결국 제 손으로 어머니를 보낸다. 유난히 막내라고 예뻐했던 어머니를, 어머니는 자신의 똥기저귀도 갈아주고 밥도 먹여주고 안아주고 업어주었지만 자신은 그녀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며.
말이 유난히 없던 어머니는 제 자식이 자길 보내려는 걸 아는지 마지막 죽음으로 모는 상황에 아들에게 웃어 보인다. 보험사가 말하길, 폐암이 오래되어서 많이 고통스러웠을 텐데 몰랐느냐고. 어미를 보냈으니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마지막 배달 길 길에 보이는 백발 노파의 모습이 어미와 겹쳐 보이고 그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왜! 이제 와서! 제 손으로 어미를 죽일 때는 언제고! 나도 자식이고, 어미가 된 입장에서 정말 이 소설은 너무 슬프고 화가 났다. 병든 노모를 모시는 일이 쉽진 않겠지. 요양원은 죽으러 가는 곳이라며 안 보내놓고 일을 하는 동안 집을 비우게 되니 욕창이 생기고 오랫동안 굶고 기저귀도 못 갈고 누워 있는 어미는 요양원보다 편하게 계셨을까? 그리고 어쩜 육 남매를 키웠는데 아무도 어머니를... 모시려고 안 하다니...... ㅠ 계속해서 머릿속에 잔상이 남으며 괴롭히는 소설이었다.ㅠ
<파지> 하루아침에 외부 하청 소속으로 바뀌어 비정규직이 되게 된 예서는 파업을 감행한다. 사내연애 중인 진철 또한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예서는 부서를 옮기게 되었으나 투명인간 취급. 한 달이 넘게 자신의 책상은 생기지 않았고 온갖 잡일을 맡아 했지만 자신을 벌레보다도 못한 취급에 결국 다시 파업 행렬에 참여한다. 그러나 한 번 배신자 낙인은 없어지질 않았고 진철과도 헤어지고 결국 유동인구도 없는 구석에서 혼자 피켓시위를 한다.. 진철이 못 챙겨간 옷을 가지러 예서 집을 갔을 때 삭발한 예서를 본다. 예서는 말한다. 삭발하면 다시 끼워준다 그래서 너무 외로워서 삭발했다고. 마지막에 서로 안고 우는 모습을 보니... 아 예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얼마나 죽고 싶었을까 살아줘서 고마워..
자를 수 없으니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다. 인간이 무너지는 포인트를 안다. 그 포인트를 잡고 조진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저 회사의 부속품 중 하나일 뿐 그 부속품이 거슬리게 한다면 버리면 된다. 하지만 부속품은 버텨야 한다. 당장 돈 나갈 곳이 줄줄이기에. 그렇게 자존감도 버리고 버텼다. 외로움..외로움 때문에 삭발했다. 그녀는 사귄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고 동료들에게도 배신자로 찍히고 벌레만도 못한 취급...없는 사람 취급... 노동자를 한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회사를 보며 화가 난다.
<비니> 제주도 현장실습생 이민호군 사건 모티브를 딴 소설이다. 딱 읽자마자 그 사건이 생각났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이 소설 읽고 생각나서 인터넷 뉴스 찾아봤는데 책임자는 집유를 선고받았다. 그렇다 결국 아무도 벌을 받지 않았다. 19살, 아직 꽃도 못 피운 어린 생명이 그렇게 졌다. 이민호군의 죽음을 계기로 2018년부터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은 폐지되었다고 한다. 적성에 맞는 곳에 현장실습을 가는 것도 아니고 학교의 100% 취업 문구를 위해 부당해도 참고 일한다. 19살 때부터. 말이 되나.
이 소설에 나온 현장실습생 이름은 경호다. 경호의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경호의 담임에게 부탁하여 '고등학교만 졸업하게 해주십시오'했지만 졸업하지 못하게 되었다. 혼자서 기계를 보았다. 관리자는 없었다. 그 넓고 찌는 곳에서 혼자서 기계를 손 보다 사고를 당했다.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