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하소연 옮김 / 자화상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개츠비는 부라는 것이 얼마나 젊음과 신비를 지속시켜 주는 것인지, 의상이 많다는 것이 얼마나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인지를 통감했다. 데이지가 가난뱅이의 필사적인 고군분투 따위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서 초연하게 은처럼 빛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던 것이다._270p

개츠비의 시신을 보자, 달리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자가 없었으므로 점점 내가 책임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관심이라고 했는데, 요컨대 어떤 인간이라도 최후가 왔을 때는 누군가에게 강렬한 개인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막연한 권리가 있지만, 그에게는 그런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_293p

"집에는 갈 수 없을 것 같군요."

"한 사람도 오지 않았습니다."

"뭐라고요?"

그는 놀란 듯 말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전에는 항상 수백 명이나 드나들었는데."

그는 안경을 벗어 다시 한 번 닦았다.

"가엾은 사람……."

그는 그렇게 말했다._311p


가난한 남자가 부자인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는 안정적인 삶을 위해 시카고에서 온 정통적인 부자 톰과 결혼을 한다. 가난한 남자 개츠비는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불법적으로 돈을 모았고 데이지의 맞은편 집을 사들여 5년 동안이나 호화스러운 파티를 벌인다. 데이지가 한 번이라도 와주길 바라면서. 바라던 대로 되지 않자 옆집에 사는 닉이 데이지 남편 톰과 친구 사이란 걸 알고는 접근한다. 매주 큰 파티를 벌이는 개츠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부자 대열에 끼고 싶어 몸부림치는 개츠비와 금수저로 태어나 이미 부자인 톰과 데이지의 사상과 생각은 많이 다르다. 개츠비는 과시하기 위해 유명인들까지 불러들여 호화스러운 파티를 벌이고, 톰과 데이지는 의미 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데이지는 남편 톰이 바람을 피는 걸 알고 우울증과 조울증을 넘나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지 못하는 듯하다.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톰을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하라고 다그칠 때는 그 절절한 사랑이 안타까웠다. 결국 데이지 때문에 목숨까지 잃은 개츠비... 그런데도 데이지는 떠나버렸다. 말도 없이. 정말 짜증 나는 여자다. 예쁘고 돈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남자들의 구애에 익숙한 데이지가 순수한 가난한 청년 개츠비의 사랑을 감당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자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데 장례식에도 한 번 안 오고 전화 한통 없이 남편과 어디론가 떠나버리다니. 소설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다. 전쟁이 끝나고 난 후 미국의 불안정한 사회를 잘 보여준다. 불법적으로 돈을 버는 개츠비나 불법적으로 상을 타는 조던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주 수백 명이 드나들어 파티를 벌였지만 개츠비의 장례식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부와 명예 그런 것들이 허상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물론 개츠비도 데이지가 한 번은 방문해주길 바라며 많은 돈을 쓰면서 화려한 파티를 벌였지만 파티에 참가한 수백 명 중 아무도 장례식에 오지 않는다니... 부자가 되어 데이지와 함께 하고 싶어 달려온 개츠비의 삶의 마지막을 본다면 데이지와의 만남도 성사되지 못했고 죽은 후에 아무도 그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 걸 보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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