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수사학
문영 지음 / 작가시대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문영 시인의 <변방의 수사학>은 그의 첫 비평집이면서 울산지역 최초의 본격적 문학비평집이다. <변방의 수사학>은 기존의 비평집과는 달리 이론 위주의 현학적인 글에서 벗어나 감상 비평과 에세이, 스토리텔링식 글을 가미하여 독자들이 쉽게 접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김종길 시인과 청마 유치환, 김춘수 시인, 박목월 시인 등에 관한 시 비평은 새로운 해석과 감상으로 주목하는 글이다. 이들 대가급 시인들의 시가 보여주는 시의 품격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종길 시인에 대한 시인론과 시평, 청마 유치환의 통영에서 행적은 당시 문단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며, 김춘수 시의 처용단장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울산의 처용을 새롭게 창조하고, 그의 무의미 시와 시론의 이론적 배경을 삼았다는 해석은 명쾌하면서도 흥미롭다. 또한 박목월 발굴 시 두 편은 목월전집에 들어 있지 않는 작품으로 소개되자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 비평집은 시인과 시에 대한 시 비평이 주류이지만 에세이적인 비평인 풍문과 우문’ ‘서정시의 힘’ ‘허명과 상에 대하여등은 현재 한국 문단풍토와 관련해서 읽히는 관심 충만한 글이다.

또한 문영의 비평집 <변방의 수사학>은 비평도 이미 망했음을 알기에 순순히 벌 받는 자세로 쓴 비평서이다. 그의 비평은 강단에서의 업적 쌓기도, 문학 권력과 명성에 기대여 쓴 글도 아니기에 더욱 미덥다.

문영의 비평집 <변방의 수사학>은 제대로 된 평가는커녕 관심도 갖지 않는 지역문학에 바치는 헌사이다. 지방이라는 이름으로 홀대받는 변방에 대한 삶과 문학에 대한 그의 애정은 30년이 넘어 진행된 비평 작업 끝에 비로소 얼굴을 드러내었다. 그것은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구석은 변방이고 구석에서 자생하는 식물에 햇볕과 물을 보태는 것이 <변방의 수사학>이다.

<변방의 수사학>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문학인 울산문학의 정체성을 마련하고 울산시문학사를 정리했다는 점이다. 문영 시인은 여태까지 어떤 사람도 하지 못한 울산지역문학사의 평가와 비평을 시도하여 이루었다. 구체적으로 울산지역 출신 소설가 오영수의 시, 고무신 박종우의 삶과 문학, 이기원 시인론. 근포 조순규 시조의 재평가와 변방 동인, 서상연, 박종해, 김성춘, 최일성, 강현숙 시와 조홍제의 울산방언에 관한 비평 등이다. 김옥곤 소설가가 말한 것처럼 구석은 변방이고 구석에서 자생하는 식물에 햇볕과 물을 보태는 것이 그가 생각해낸 변방의 수사학이다. 특히 <蔚山詩文學史>울산시단의 흐름은 해방 후의 울산시문학사를 정리하고 서술한 것으로 지역문학사의 정립을 넘어 앞으로 한국시문학사에 편입되어야할 소중한 글이다. 이런 점 때문에 장창호 극작가는 이 비평집은 사랑과, 문학과, 삶의 의미 사이를 빈틈없이 차지할 변방 생활의 중도요 적멸보궁이다.’라고 평했다.

 

- 유정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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