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
사라 블래퍼 흘디 지음, 유병선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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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

 

  내가 여성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여권신장 문제에 있어서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은 꽤 부정적으로 다가왔다. ‘진화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남성보다 여성이 미개하다는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기존의 남성 우월주의의 연장으로 쓰인 것이 아니다. 이 책이 주장하는 ‘진화하지 않았다’는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갖는 여성이 진화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즉, 여성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양육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적극적이고 경쟁적이며 성적으로도 매우 단호한 여러 얼굴을 가졌다는 것을 주장한다.

 

  저자인 사라 블래퍼 홀디는 이 책만이 아니라 암컷에 대한 여러 권의 유명한 책을 썼다. 이 책들의 내용은 영장류 원숭이의 삶을 관찰하고 분석한 내용으로써, 그 내용들은 ‘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에서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갖는 여성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책을 기대하고 읽었기 때문일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실망이라기보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사라 블래퍼 홀디의 생각에는 약간의 약점이 있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여성과 남성은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페미니스트들의 사고방식을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책은 곳곳에서 그녀가 기존의 봉건적인 여성상을 원숭이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숭이 암컷의 육아에 대해 당연하다는 듯이 기술하고 있었다. 아이를 며칠씩 버려두고 다니는 원숭이를 무자비하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등, 봉건적인 어머니 상에 대해서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지, 아니면 무의식속에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생각에서 약간의 논란거리를 읽을 수 있었다.

 

  책 속에서 저자는 다양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명쾌한 대답을 해주지 않고, 독자들의 생각에 맞춰, 유보하는 형태로 거의 모든 장들을 마무리 짓고 있다. 새롭게 접근하는 방식인 만큼, 이에 대한 정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녀가 제기한 의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달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질문들은 현재의 남성이 우월한 위치를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자녀양육의 절대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으로, 기존 페미니스트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갈등이 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녀가 명확히 답을 달아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인간의 형제격인 영장류 원숭이들의 암수관계의 우위를 알아보고, 왜 이런 위치가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약간의 원인 또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은 진화하기 때문에 초기의 원숭이들과 지금의 원숭이들의 특성이 아주 같을 수는 없다. 세월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외관상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지만, 그들이 여러 장소에서 살아오면서 적응한 결과 지금의 원숭이들은 처음 인간과 막 갈라져 나왔을 때와는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 우리 인간들의 사회도 처음부터 남성 우월적이고, 여성의 권리를 억압하는 봉건적인 사회는 아니었을 것이다. 여러 가지의 적응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들도 원숭이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면에서 변화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원숭이의 습성을 인간의 진화 전 모습인 것처럼 서술하여 전반적인 주장을 뒷받침 하는 내용에서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이처럼 이 책 속에는 여러 가지 약점들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접근방식은 기존의 방식에 비해서 매우 신선하고 기발하다. 또한 그녀의 생각은 여권신장에 대해 힘들게 주장해왔던 페미니스트들에게 하나의 과학적인 근거를 더해주는 아주 반가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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