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분
곽건용 지음 / 꽃자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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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앙주는, 그의 저서 공부하는 에서, 지성은 신이 주신 소명이며 모든 사람에게 공부할 의무가 있다고 선포했다.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는 개인의 관심과 가치에 달렸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그리스도인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을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어쩌면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님을 조금 알아가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없는 저자, 곽건용 목사는 하나님은 없는 분이란다. 제목부터 모순적인 듯도 하고 책의 결론에 대한 스포일러 같기도 하다. 없는 분을 알아보려고 공부한다면 쓸모없는 시간 낭비일까, 아니면 없는 분이기에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할까?

저자는 여는 글에서부터 한국 기독교의 문제는 신학교 강단과 교회 설교단 사이의 거리가 너무 있다는 얘기를 많이한다는 문제의식을 표명한다. 신학은 진보해가고 있는데 한국 기독교의 목회는 성숙한 신학적 토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목회자들은 언제부터인가 의심하지 않는 절대적 믿음, 무조건적인 순종, 교회에의 희생적인 헌신을 강조하며 믿음에 하나님께서 축복을 주신다고 부르짖는다. 똑같은 성서를 읽고, 나는 도대체 어떤 구절이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지 찾지 못했는데, 그들은 어떻게 그런 결론을 이끌어내는지 궁금하다. 저자는 교회 개혁의 길이 성서를 제대로 읽어 이해하고 지혜롭게 해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책에서, 성서 가장 오래된 하나이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중의 하나인 창세기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따져본다. 그렇다. 정말로 따져본다. 이게 하나님 말씀이니 무조건 믿어라가 아니고 오래전의 기괴한 이야기들(아버지가 100세에 얻은 아들을 죽여 제물로 삼으려하고,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속여 동침해 아이를 낳고 등등)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의 경전에 남아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본다. 설교 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피상적인 해석부터, 기독교 신학의 저명 학자들의 해석들도 소개하지만, 저자의 깊은 묵상과 통찰이 더해진 생생한 해석을 붙인다. 물론 책의 제목이 스포일한 것처럼, 저자의 해석이 정답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나님은 믿는데, 교회의 모습은 내가 믿는 하나님의 말씀 따라 존재하는 같지가 않아서 교회에 거리를 두는 가나안 기독교인들(믿음은 있지만 교회에 안나가는 교인들을 안나가 순서를 재배열해 이렇게 부른다) 점점 늘어간다. 신앙의 본질은 사라지고, 교회의 으리으리한 건물만, 교회일을 군말없이 감당할 인력을 길러내는 훈련만, 하나님 존재에 호가호위하며 /명예/권력에 취한 일부 목회자들만 남아, 사람들에게 개독교 소리를 들으며 조롱당하는 세상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송아지상에 가두려하지 않고, 없는 분이라 겸손히 고백하고 그래도 보여주시는 만큼만이라도 제대로 알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저자의 노력이 너무도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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