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사계절 1318 문고 111
이송현 지음 / 사계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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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뜨겁다. 장작더미 아래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불꽃처럼, 봄을 기다리는 벚꽃나무 꽃봉오리 안의 꽃잎들처럼. 지금 우리는 어쩌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걷고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청춘이 더 푸르러질 수 있도록, 나아가서 우리의 삶이 각자의 이상성이 맞춰 개발되도록. 우리는 우리의 꿈에 노력과 성장이라는 불꽃을 결코 끝나지 않을 완성을 위해 수놓는다. 그리고 이런 시기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성장과 고뇌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소설이 바로 이송현 작가의 <라인> 이라고 생각된다.




책 <라인> 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생소한 ‘줄타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리고 그 줄타기의 종류 중 하나인 ‘슬랙라인’이라는 스포츠의 대회가 주인공 이율의 꿈이다. 슬랙라인은 지상에서 약 50cm 정도 높이의 줄 위에서 걷거나 묘기를 부리는 스포츠이다. 원래는 율의 슬랙라이닝 코치인 ‘손 사부’ 와 같이 출전할 목적이었으나 ‘손 사부’ 의 발목 부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바로 ‘전통줄타기’를 하는 율의 동생 이도와 같이 출전하는 것이다. 그 둘의 성격은 정반대이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는 율은 도에게 출전을 권유, 손 사부가 없는 율은 일단 차선책으로 도와 같이 전통줄타기를 배우면서 주다인, 어름사니 어른 등의 인물과 함께 각자의 꿈과 열정을 찾는 이야기이다.




 사실 줄거리만 대충 들어보면 별 다른게 없다. 그냥 율이 슬랙라인 대회를 위해서 준비하는 딱 그 하나의 관점만이 소설의 80%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주목할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그 줄거리를 이뤄내는 과정 속 등장인물들의 행보이다. 특히 등장인물 중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머리가 깨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율, 자신이 입양된 혼혈아인 것에 회의를 느끼는 도, 과연 아이스 스케이팅이 자신의 꿈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주다인 등. 자신의 정체성과 진로에 대해 고뇌하고, 노력하고, 조금씩 성취해내는 우리와 같은 10대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두운 우리들의 적막한 미래를 밝게 바꾸는 희열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감정에 기반하여 우리는 삶에 대한 열정과 확신을 가지고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도전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또 하나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은 이 책은 우리에게 해답은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말도 없다. 내 생각에 작가는 결말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우리에게도 ‘너희가 꿈꾸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나중에 읽었을 때, 우리가 우리의 열기를 제대로 발휘를 하고 난 후 공감이 더 잘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율과 도의 가치관 차이도 한 번 성찰해 볼 만한 주제이다. 도는 자신이 입양된 혼혈아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조용해지고 생각이 많아지게 되면서 급기야 친엄마를 찾아가기까지(정확히는 친엄마가 먼저 도를 찾아온 거지만) 이른다. 자신이 남들과 율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과 약간의 혐오감까지 느끼는 것이다. 이런 도를 보고 율이 하는 한마디. “이제부터는 네가 타는 줄과 내가 타는 줄, 똑같을 거야. 절대 줄 위에 널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니까.”


 언제나 그랬듯이, 율은 도를 혼혈아, 혹은 입양아 등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저 ‘줄’ 의 삶을 살아가는 라이너로써 말한 듯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톡 튀는 사건이나 반전이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도가 혼혈아라는 게 포인트라면 포인트인데, 이것도 초반부터 편평히 다져진 소설의 기본이다. 그래서 읽다가 저녁을 먹어야 할 때도 바로 덮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한 부분이 확 튀어서, 좋아서, 긴장감 있지는 않지만 사람을 끈질기게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책 내용이 골고루 준수하다는 것이다. 율과 도의 가치관 차이를 설명할 때 이용했던 문장과 더불어서 왠지 모르게 우리를 달래주고 고무해 주는 문장들, 율과 도의 따뜻하고 아련한 추억을 지속해서 우리의 마음에 쏟아붓는다. 예를 들어서 놓으면 다시 떠오르는 책, <라인>이 그 책 중 하나인 것 같다.  또한 이는 ‘라이트(light)’ 하게 읽을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장점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저마다 우리만 줄을 탄다. 쉽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끈기 있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높게 뛰어올라 우리가 원하던 별을 잡을 기회가 오리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그 기회를 기다리다 지쳤다면, 잡아야 할 별을 찾지 못하겠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인간은 정지할 수 없으며 정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 상태로 머물지 아니하는 것이 인간이며 현 상태로 있을 때 그는 가치가 없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에 입각하여, 가는 것이 힘들긴 해도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걷는 우리들은 ‘삶'의 줄을 타는 ‘라이너’ 들 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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