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자기 - 온전한 정신과 광기에 대한 연구
로널드 랭 지음, 신장근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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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랭의 글은 무척이나 모호하다. 그리고 그만큼 분명하다.
모순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랭의 글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딱 그렇기 때문이다.
사람의 정신이라는 것. 랭의 글은 그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문자로 치환해 
놓은 것만 같았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무리에서 똑- 떼어내 그 하나에 파고들 때, '분열된 자기'의 
저자 로널드 랭은 조금 다른 관점을 유지했다. 그것은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에 대한 것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그것은 각 점들을 왔다갔다 교류하기도 하고, 때로는 두꺼워지며, 또 
때로는 끊어지기도 한다. 그것은 하나의 점의 더 깊은 곳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반대로 허무로 
연결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점과 점 덕분에 그려지고 유지될 수 있었던 것만 같은 선이 나중에 
가서는 점의 우위를 점해버린다. 사회에서 완전히 단절된 개인에게는 과연 어떠한 가치가 주어질 
수 있을까.
그렇게 랭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끝없이 했다. 나에 대한 것, 당신에 대한 것, 그리고 우리에 
대한 것. 나와 나의 관계에 대한 것, 그리고 당신과 나의 관계에 대한 것, 그것이 만드는 나와 
나의 관계에 대한 것. 내가 있기에 우리가 있고,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는 것까지. 

'분열된 자기'를 읽으며 인간은 어디까지나 거울이며, 조각가이자 대리석이며, 동굴에 갇힌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는 분명한 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없어보인다. 얼어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흐르는 물이라 종잡을 수 없는 무언가.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것들을 
(감히) 이해하고 무의식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그러한 변칙적인 시스템이 나의 
안에도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처럼 랭은 조현병을 진단받은 여러 환자들의 사례들을 
늘어놓았고, 나는 그 대부분의 사례에서 나 자신의 일면을 찾을 수 있었다. 

'분열된 자기'는 내가 알고는 있었지만 깨닫지는 못했던 많은 것들을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동시에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던 곳에 빛을 비추어 준 것 까지는 좋은데, 
그렇게 암막을 거두고 드러난 것이 상상을 초월할만치 복잡하고 기괴한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책을 통해 하나 확실해진 것도 있다. 모든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를 지키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 도구는 다양할 것이다. 관심과 애정, 자존감, 때로는 외로움과 미움까지. 
그리고 그를 위한 수단 역시 수만가지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타인에게서 갈구할 것이고 
누군가는 스스로를 빛낼 것이다. 누군가는 그를 위해 타인을 죽일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을 죽일 
것이다. 누군가는 잃어버리기 전에 버려버릴 것이고, 누군가는 잡아먹히기 전에 잡아먹으려 할 
것이다. 그렇게 자기를 지키는 수단은 너무나도 많은 것에 비해 답이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 
그래서 헤매인다. 
그 중 누군가는 비교적 더 길을, 관계를 잃은 듯 하다. 
'분열된 자기'를 읽은 후 나에게 있어 조현병은 그런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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