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시선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 열화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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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만나게 된 사진작가가 있다. 바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다. 사진에 관심을 조금만 가지게 된다면 아마 누구나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사진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 이러쿵저러쿵 말하긴 힘들지만, 그의 사진 철학만큼은 확실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그의 유명한 이 말 한마디로 그의 사진에 관한 모든 생각들을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결정적 순간을 '이것이다!'라고 분명히 정의내리기는 힘들지만, 지극히 주관적으로 내 마음을 아주 강렬하게 움직이는 순간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찍은 후까지 사진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는 것을 일제히 거부한다. 그는 트리밍 -사진의 특정 부분을 잘라내는 일-, 심지어 필름의 검은 테두리도 그대로 나타냈다. 가진 것이라곤 겨우 필름 카메라 하나밖에 없는 나로서는 카메라 하나밖에 필요 없다는 그의 철학에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조명이나 설정도 필요 없이 카메라만 있으면 된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물론 좀 더 생각해 본다면, 물론 기본적인 카메라 조작법과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세계를 좀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지식 또한 수반되어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좀 더 많은 사진과 사상들을 알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접하게 된 책이 바로 <영혼의 시선>이다. 다른 비싼 사진집들에 비해서 13,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대략 100페이지정도 되는 분량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13,000원이라는 가격에 많은 양의 사진을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나보다. 책은 생전에 사진, 여행, 친구에 관해 그가 쓴 에세이 몇 편을 골라 관련 사진과 함께 엮어 논 것인데, 각 에세이 별로 한 장의 사진 정도만 포함 되어 있을 뿐이다. 많은 사진을 보길 원한다면 조금 무리하더라도 사진집을 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렇다고 책이 좋지 않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고, 내용도 그다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여행을 하면서 만난 체 게바라나 피델 카스트로, 평소에 알고 지내던 알베르토 자코메티, 장 르누아르 -그 외에는 내가 잘 모른다- 등과 같은 아주 유명한 정치인들이나 예술가들에 대해 전문서적에나 나올법한 설명이 아닌 개인적인 시선이 담겨있어 흥미로웠다. 그리고 사진에 관한한 개인적인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진가들의 이정표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도 가장 깊이 느꼈던 점은 그가 세계를 매우 진지하게 관찰하는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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