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느려도 성장한다
도조 겐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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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페증 아이가 말하기까지.

 

 

 

 

저자의 경험담을 쓴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도 저자가 약 3년에 걸쳐 경험한 실화이기에 그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감히 그 마음의 고통이 어떠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아 나도 모르게 괜히 숨죽이고 읽은 책이다.

 

딸아이에게 일어난 일과 저자의 어린 시절 겪었던 일을 말하기 위해서 그는 먼저 그의 아버지 얘기부터 시작했다.

 

육군 장교였던 할아버지 덕분에 풍족한 유년시절을 보내다 러일전쟁이 끝나며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서 그는 가난을 몸소 겪게 된다.

돈에 집착하는 아버지가 싫어 대학에 진학하고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인생을 바꾸기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자기계발서와 경영서를 읽은 덕에 유명 언론사의 영업직으로 채용되어 우수 판매 사원이 되었고,

영업 기술을 인정받아 대형 언론기관의 기자직에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등의 커리어를 쌓으며 지내다

유명 항공사의 승무원과 결혼해 딸아이를 낳은 그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그의 딸을 최고의 교육을 시킴으로써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어 줄 수 있도록 엘리트로 키울것을 결심한다.

 

평소 그의 딸 리카는 말수가 거의 없는 얌전한 아이였고 공놀이를 비롯해 인형놀이에도 관심이 없었지만

주변인들은 여자아이라 그럴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해 그도 별 의심을 하지 않았지만,

어린이집 입학식 날에 다른 아이와 함께 있음에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아 대학병원에 갔지만 소아과 의사들은 한결같이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고만 말해 불안감만 커지고 있었다.

그러다 정신과 의사에게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그제서야 딸 아이의 행동이 다른 아이들과 다름을 새삼스래 떠올리게 되었다.

 

 

여기까지 숨가쁘게 써내려간 그의 이야기에서 나는 정말이지 한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tv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자녀중 자폐아가 있다고 말한 것을 본 기억이 있는데,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폐증이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자신이 마음을 다스릴 줄 알면 벗어날 수 있는 증상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자폐증은 마음의 병이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정해진 뇌기능 장애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지인의 사과밭에 아이와 함께 놀러갔다가 갑자기 앞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를 처음엔 그냥 즐거워서 그러겠거니 생각하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는데 리카는 끝까지 앞을 향해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그녀의 앞에는 이제 찻길이 있었다.

만약 리카를 달려가 잡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찻길로 그대로 돌진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이상 내버려두면 안되겠다고 생각해 여러 방법을 시도한 끝에 응용행동분석이라는 것을 딸아이에게 시도하기로 한다.

'응용행동분석'이라는 이름이 시스템은 행동을 세세한 단계로 분해한 다음 각각의 행동을 칭찬하여 행동을 개선시킴으로써

복잡한 행동을 습득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복잡한 행동 중에는 언어 습득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사실 딸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리카는 점점 달라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말은 처음부터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였기에 지시를 내린다는 건 생각치도 못했던 일인데,

전문가 집단이 와서 수업을 하고 그녀를 트레이닝 시키자 조금씩 변해갔다. 그리고 점점 지시에 따르기 시작했고, 드디어 부모와 눈을 맞췄으며

쉬운 난이도지만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습득할 수 있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고 결국 해냈다.

 

책의 앞부분에는 자폐증의 증세와 그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중간부터는 자폐증 증세를 가진 딸아이에게 응용행동분석을 적용시키는

모습이 그려지는 현재 자폐아를 가진 부모라면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었다.

응용행동분석 시스템은 아직 보편화 되지 않아 비용이 비싸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니

책으로나마 정보를 좀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는 끝에서 딸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하며,

자폐증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절망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성장에 대한 희망과 기쁨이 있다고 했다.

리카는 보통 사람이 백 걸음 나가는 동안, 한 걸음밖에 못 나갈지 모르지만

아무리 느려도 사람은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고.

 

자폐아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손을 마치 크레인처럼 이용해 원하는 것을 잡거나 책장을 넘기는데,

이는 자폐아가 자신의 욕구를 말로 표현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며 마찬가지로 그의 딸 리카도

입에서 두 단어, 세 단어가 연속해서 나온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서 그는 딸아이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리카, 밥, 먹고 싶어."

 

 

 

보통의 부모라면 쉽게 듣는 이 말을 듣는데까지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을 들인 부모라면,

그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는 해냈고,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

 

딸아이한테는 사람의 모습'만' 보이지 않고, 사람의 목소리'만'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건 그야말로 <엑소시스트>기 현실화된 것 같았다.

영화라면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이렇게 무서운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도망칠 길도 없다.

62p.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만약 내가 뒤따라가지 않았다면 리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앞으로, 앞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사과 농장을 지나, 놑밭을 지나, 도로를 지나, 결국에는 많은 차가 지나다니는 간선도로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 딸의 몸속에 악마가 있는거니? 그렇다면 제발 데려가 줘. 나의 가장 소중한 걸 줄게.

리카와 손잡고 조용히 걸어보고 싶어. 엄마, 암빠, 한 마디 말이라도 좋으니 딸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그거면 돼...."

64p.

 

 

 

말만큼 믿을 수 없는 것도 없다.

나는 행동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속마음 따위 아무도 모른다.

사람은 자신의 진짜 마음에조차 거짓말을 한다.

178p.

 

 

우리는 상대가 자기와 조금만 달라도 '저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와 달라도 고칠 필요는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1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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