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가지에 걸린 별 - 한 교사의 삶과 자연요법 이야기
최순노 지음 / 시간의물레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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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平民)’ 여교사의 치열한 삶과 자연요법 이야기

최순노의 <감나무 가지에 걸린 별>(시간의 물레)


 

풀무학교를 나와 ‘평민’ 길을 걷다

1970년대 초, 필자는 이 책의 저자 최순노 선생을 처음 만났다. 저자가 풀무학교(충남 홍성군 홍동면 소재)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 온 때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1958년에 남강 이승훈의 오산학교 정신을 계승한 밝맑 이찬갑과 홍동 출신의 샛별 주옥로가 세운 학교다. 지금은 ‘원조’ 대안학교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당시만 해도 낯선 학교 이름이었다. 1950년대 보릿고개도 넘기 어렵던 농촌, 많은 학생들이 배움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대장간의 풀무 불 속에서 녹슨 쇠, 무딘 날이 더욱 단단해지고 쓸모 있는 연장이 만들어지듯, 풀무학교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꿈을 갖게 하고 숨은 재능을 찾아 길러주었다. 지금도 학교건물 앞 바위에는 “偉大한 平民”이란 글자가 새겨있다. ‘평민’은 노동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을 갖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다. 저자가 고향에서 풀무학교를 만나 것은 커다란 행운이고 축복이었다. 풀무학교 정신이 올곧게 뿌리 내리던 초창기, 저자는 주옥로 선생과 참교육을 위해 열정을 불사르던 홍순명 선생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뒤 고향을 떠난다. 풀무학교를 통해 또 한 명의 ‘평민’이 세상에 던져진 것이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루카치가 말한 것처럼, 그 때는 가고자 하면, 창공에 빛나던 별빛을 따라 걸을 수 있던 시대였다. 저자도 고향의 감나무 사이로 빛나던 별을 바라보며 꿈을 이루기 위해 길을 걷는다. 몇 년 뒤 저자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인천의 한 동사무소에서 일했다. 그 뒤 늦깎이로 대학에 들어간 저자는 1980년에 초등학교 선생으로 부임한다. 풀무학교 졸업 후 약 10년 만에 교사의 꿈을 이룬 것이다. 그 뒤로 저자는 양평, 성남, 광주 등지에 35년 간 교직생활을 하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다. 저자의 교육철학은 자신이 걸어온 길처럼 ‘꿈과 현실 살피기’이다. “꿈을 꾸고 실천이 없다면 추락한다. 곧 내일이 아니라 오늘 시작하는 것이다. 작은 일부터 소중히 해야 한다. 실천하지 않고 꿈만 꾸고 있다면 공중에 누각을 짓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학생들을 일깨우며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자연요법 운명처럼 만나다

저자의 삶은 출생부터 험난했다.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병약한 아이로’ 태어난 다섯째 딸, 어린 시절에는 끼니도 때우기 힘들었다. 객지에서도 건강을 돌보기 쉽지 않았다. 결혼 후 육아와 교직 생활을 겸했다. 결국 ‘병마’가 삶에 걸림돌이 되었고 불의의 교통사고도 겪는다. 건강 없이는 꿈, 사랑, 교육,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그때 저자가 운명처럼 만나 것이 ‘자연요법’이다.

 

자연요법은 말 그대로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체험한 경험적 지식을 질병 치료에 응용하는 것이다. 그 속에는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조상들의 경험과 지혜가 담겨 있다. 책에 소개된 까마중, 옻진, 유황 등 자연요법은 저자가 몸소 겪은 것으로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저자는 약초꾼 최진규의 책을 통해 산약초에 관심을 가졌다. 최진규는 온 산천을 헤매고 다니며 약초의 약성을 직접 실험한 국내 최고의 토종약초 전문가다. 저자도 백초 효소 등으로 건강을 되찾았으며, 최근에는 청미래 덩굴로 남편의 담배 중독을 해결한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백선부터, 지렁이 활용, 죽염 등 자연요법 정보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한 때 필자도 한약재와 동양철학, 강순남의 자연치료, 홍신자의 명상 프로그램 등 자연치유요법에 관심을 가졌다. 또 평생을 자연 속에서 직접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자유로운 삶을 실천한 스코트와 헬렌 니어링의 삶을 동경했다. 그럼에도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 정착해야만 자연요법이 가능하다며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을 만나 다시 한 번 자연요법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모든 자연요법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자연요법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연요법을 시행하면서 본인이 겪은 고통과 부작용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유황, 석고, 부자 등의 사용은 신중해야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마음의 치유가 병의 치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겪은 고통과 시련을 신앙으로 어떻게 극복했는지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마음이 다치면 몸도 상한다. 몸이 아픈 것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기회’로, ‘거듭나라는 메시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한 때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원망하고 심리적 투사(남의 탓)로 대응했다. 하지만 성경에서 요셉이 겪은 고통을 통해 깨우침을 얻은 저자는 ‘네게 아픔을 주는 사람도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도록 하는 나의 스승이다’라며 삶과 생각의 전환을 갖는다. 마음의 치유가 곧 몸을 치유하는 또 하나의 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진실을 느낀다. 우리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도 변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호스피스 운동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인생수업>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번 삶에서 깨닫지 못하는 배움도 많고, 배움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배우지 않는 편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켜봄으로써 당신이 용서의 배움을 얻도록 계획되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저자도 이번 생에서 변하지 않는 사람을 지켜보며, 그 사람 또한 나에게 깨달음을 주러온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바윗돌에 쇠사슬로 단단히 묶여 끊을 수 없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자식은 부모를 가르치러 온 스승이자 영혼’처럼, 저자는 자녀를 통해서도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풀무학교가 뿌린 하나의 씨앗, 곧 또 하나의 ‘평민’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꿈을 이루어나가는지 볼 수 있다. 또 이 책은 퇴직 후 자연요법가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려는 저자의 ‘자기선언서’이다. 자연요법으로 몸과 마음이 깨어나고, ‘타자공헌’ 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약초뿐만 아니라 좋은 먹거리와 운동 등 다양한 자연요법이 담긴 저자의 다음 책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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