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라비의 자발적 소박함 - 인간이 유일하게 지녀야 할 삶의 정의
피에르 라비 지음, 배영란 옮김 / 예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다른 삶을 상상하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바란다. 그런데 무엇이 행복일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부와 명성, 또는 인기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다 가진 듯 보이는 친구가 인생이 공허하다며 넋두리 하는 모습을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사람의 행복을 우리가 판단할 수는 없다.

 

알제리 작은 마을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이 못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이웃의 도움을 받으며 조화롭게 살았다. 딱 알맞을 만큼만 가지고 사는 삶이 그들을 행복하게 했다. 그런데 대량화·기계화를 내세워 많은 물질을 소유하자고 주장하는 서구 문명이 들어왔다. 사람들은 많은 물질을 가지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을에서는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살기 위해 일하는가, 아니면 일하기 위해 사는가?”조차 모호해졌다. 과도한 욕망이 그들의 관계를 파괴했고, 서로를 원망하게 만들었으며, 더 가지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행복을 빼앗겼다.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가 《피에르 라비의 자발적 소박함》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우리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 자본주의가 대량생산하여 유포하고 있는 물질적 행복의 길과는 ‘다른 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농업의 선구자인 ‘피에르 라비’가 그 대표라 할 수 있는데, 그는 과도할 정도로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이 사회에 대한 치유책으로 ‘자발적 소박함’을 제시한다.

 

모두가 화려하고 풍요로운 삶을 동경하는 이 시대에 살면서 ‘소박함’을 선택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만약 다른 사람의 강요에 의해서라면 불가능한 일이리라. 하지만 ‘자발적’으로 소박함의 길을 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될 것 같다.

 

피에르 라비는 ‘의식의 반란’을 통해 물욕(物慾)을 통제하고 절제의 위력을 발휘해 ‘자발적 소박함’을 이루자고 주장한다. 그는 먼저 물질적 가난 속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이 의식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남성성과 여성성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그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은 그가 자발적 소박함을 실천하기 위한 ‘실천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의 실천은 한 때 유행하던 ‘느림의 미학’이나 ‘심플 라이프’처럼 개인의 행복 추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온 세계를 위한 실천이다. 실제로 피에르 라비는 생태 학습원과 어린이 농장을 만들어 생명과 미래를 키우고 있다. 생태 학습원에서는 생태 농업을 가르치고, 태영열판과 풍력발전기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으며, 식물 정화 시스템을 이용해 폐수를 처리한다.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하면서 서로 돕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장소이다. 또한 자립의 원칙과 인본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소유보다는 행복에 기반을 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단체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피에르 라비의 소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사람을 물질적 가치로 환원하는 소위 ‘잉여 인간’이 넘치는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준다.

 

피에르 라비는 자발적 소박함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이에 응하고 응하지 않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삶에 지쳐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가 가져다주는 행복을 원한다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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