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
훙호펑 외 지음, 하남석 외 옮김 / 미지북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앞서 제시된 내용들은 21세기 지구적 발전의 단선적인 경로에 대한 일관된 예측이 아니라 중국의 부상이 야기할 혹은 악화시킬 지구적 변화의 가능한 궤적들의 불협화음이다.” 277쪽


중국의 부상을 두고 말들이 많다. 옮긴이의 말대로 그중 상당수는 “국제 관계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강국의 패권 경쟁을 다루거나 지역 연구 차원에서 중국의 경제 기적을 낳은 중국 내부의 동학을 설명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국제 외교에 별 관심 없는, 내게는 그다지 끌릴 게 없었다. 


이 책은 “지구적인 틀 속에서 어떠한 변화들이 중국의 부상을 낳게 되었고, 또 중국의 부상이 현재의 지구 정치 경제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사실상 내게는 ‘폭로’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난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없는데! 하며, 밑줄 좍좍 그어가며 읽었다. 


세계체제론의 대가 조반니 아리기가 쓴 2장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근대 이전 유럽과 중국의 팽창이 어떤 점에서 다른지 지적하는 부분이다. 20세기 초까지 유럽 각 국은 세계로 쉼 없이 팽창했는데, 아리기에 따르면 이러한 팽창은 “자기강화적인 순환”의 필수적인 요소였다. 이에 비해 중국 왕조는 “새로운 변경 지대를 통합하는 정치적 팽창을 위해 정부는 주변 지대에서 자원을 수탈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대로 자원을 이동시켰다.” 


유럽에게 서양과 동양을 잇는 항로는 너무나도 중요했다.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항로에 대한 독점적인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 지배자들은 끊임없는 전쟁을 벌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의 지배자들에게는 그보다 인접 국가들과의 평화로운 관계, 인구가 밀집한 토지를 농업 기반의 국민 경제로 통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이 점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일본의 왕조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학자들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단일한 시선 아래 중국 경제와 지구적 자본주의를 조망하고 분석하진 않는다. 거기서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자들마다 중국 경제의 부상과 앞으로의 전망을 두고 다른 주장을 펴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는 자원유물론의 관점에서, 누구는 억압된 노동과 시작되는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동맹 같은 국제 외교적인 관점에서 저마다 특정한 현상에 주목하고 근거를 발견한다. 그렇게 다양한 관점과 현상이 모여 지난 반세기 동안 중국이 실제로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더 풍성하게 보여준다. 1장과 10장에서 편저자인 존스홉킨슨대 사회학과 교수 훙호펑이 책의 의도와 의의를 아주 친절하게 소개하고 요약하며 이해를 돕는다. 훙호펑 교수가 쓴 10장은 꽤 쉽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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