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만든 세계사
함규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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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권을 가진 한국인들임에도 입국이 금지되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중국인의 입국 금지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쌓는 벽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새겨보게 되는 책이었다. 벽돌로 쌓는 벽만이 벽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굳이 물리적인 벽을 치지 않아도, 형태가 있든 없든 우리는 벽을 쌓고, 허물기도 한다. 


저자는 오래전의 전쟁에서 방어하기 위한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그리고 가장 설명하기 쉬운 벽으로 시작해서 사이버 공간의 실체가 없는 벽의 순서로 책을 구성한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벽도 있고, 타인을 가두기 위한 벽도 있으며, 심지어 안에 갇혔던 사람이 나와 다시금 다른 사람을 가두는 벽이 생기기도 한다. 인간이 인종, 국가, 빈부간의 벽을 쌓고 서로를 적대시 하는 비극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우리의 역사는 “‘우리 한사코 나누려 인간의 어리석음과 비극을 보여준다.” 물리적인 벽을 짓는 사람들은 벽이 완벽하게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적은 별로 없다. 심지어 호주에서는 토끼도 완벽하게 막지 못했다(캥거루는 막았어도).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벽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베를린 장벽은 의도하지 않았던 말실수로 무너졌으며, 프랑스의 희망, 구원자, 국방력 자체라고 믿었던 마지노선 역시 독일군에 의해 뚫렸다. 벽이 무너짐으로써 물리적인 통합은 가능했지만, 지금의 서독과 동독을 보면 있듯이 이것이 완전한 통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워진 벽은 무너져도 흔적을, 상처를 남기나보다. 가장 가까운 장벽의 사례인 우리의 휴전선은 여러가지 상처를 남겼지만, 중에서도 가장 상처는 아군의 분열이라 저자는 말한다. 보수와 진보, 남성과 여성. 남혐/여혐 갈등 한가지는여자도 군대 가라아닌가? 


국제정치나 역사를 이야기 가장 흔한 주제 하나는 세계화일 것이다. 책은 반대의 접근을 하고 있어 흥미로워서 골랐고, 분열의 역사를 장벽이라는 주제로 쉽게, 흥미있게, 그리고 비교적 짧은 챕터들로 설명해서 지루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읽기 쉬웠다. 특히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시작해서 현재 중국의 사이버 장벽으로 끝나기 때문에 중세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시대의 장벽을 만나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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