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검의 언저리에서 - 소설 속의 물리는 재미있다
구자현 지음 / 전파과학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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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공이 물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 물 리가 좋아요? ” 라고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물리라는 과목은 대체로 어렵고 가까이 하기 어려운 학문이라 인식되어 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들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지 물리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나에게 최근 많은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어쩌면 그에 대한 접근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진다. 우선 하나는 화염검의 언저리에서 라는 제목에 맞는 공상 과학적 이야기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이야기 중간, 중간 그상황에 맞는 물리적인 기초 지식들이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통일 후 19년으로 세계적인 석학이 된 공푸름과 서유미가 그들의 예전 스승을 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서유미의 친구이자 기자 남진영은 서유미의 부탁으로 그녀의 예전 스승 거중 선생을 찾아나서게 된다. 그에 대한 추적을 하던 중 남진영은 그를 둘러싼 많은 미스테리들이 풀려지게 된다. 그 속에서 거중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논문의 주인임이 밝혀지고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거중선생이 알아낸 것은 파동의 간섭을 이용하여 인간의 영생을 이룰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의 이론은 바로 각각의 생명체들은 그들 고유 생명파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생명파와 같은 파동을 그들에게 쏴주면 그 둘 파동이 간섭을 일으켜 영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어느 과학기술이 그렇듯 많은 사람을 대량 살상할 수 있는 무기로 쓰일 수도 있어 이 기술을 발명한 거중 박사는 이에 고민에 빠지게 된다. 생명파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기발한 발상은 물리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생명과학과의 연결이라는 점에서 읽는 내내 흥미를 갖을 수 있게 하였고 소설 내용 속 파동에 관한 기본 성질들은 일부러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파동에 대해 학습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명파의 문제를 과학 윤리의 문제로까지 연결시켜 독자로 하여금 과학과 윤리의 문제가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문제, 그리고 나와는 거리가 먼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다가 올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각인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거중 선생의 추적과정 속의 간간히 이어지는 물리 강의들은 과학에 흥미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자연스럽게 물리에 친숙해 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뿐만 아니라 재미있게 강의식으로 풀어 설명하고 있기에 물리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교육을 전공하고있는 사람 누구나 다 과학과 이야기의 접목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그리고 이렇게 잘 소화해 내기란 어렵다. 그리고 글 속 내용의 주축을 이루는 생명파라는 기술이 과거 많은 책에서 과학 기술의 미래 모습을 예측하고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었던 것처럼 21세기 생명공학의 새로운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도 않을 까란 생각도 해보았다.

‘ 화염검의 언저리에서 ’ 라는 책은 지은이의 의도대로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물리를 친숙한 친구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또한 물리에 대해 무지한 많은 성인들에게도 과학적 사고 방식을 가질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과학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학교육의 새로운 한가지 접근 법으로 다가 올 수 있었던 새로운 시도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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