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야 하나요? 작은 곰자리 50
로렌 차일드 지음,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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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눈길이 많이 갔다. 나는 아이들에게는 '착해야 한다'는 말을, 동료와는 '착해서 그래'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착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꼭 그래야 한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착함이 꼭 미덕일까?'
'어느 상황에서 어느 선까지 착해야 하는 걸까?'
'자신의 성향이나 가치관을 저버리면서까지 착해야 하나?' 등 다양한 생각들을 하며 책을 읽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유진은 어른들이 만족하는 착한 행동으로 늘 칭찬을 받는다. 싫어하는 채소인 브로콜리를 하나도 남김 없이 다 먹는 것, 여동생 제시는 하지 않는 토끼장 청소를 매주 하는 것, 더 놀겠다고 떼쓰지 않는 것 등등. 하지만 유진과 달리 여동생 제시는 먹고 싶은 대로 먹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지낸다. 결국 집에서 여동생 제시는 원래 그런 아이로 인식되고, 유진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져갈 뿐이다. 이런 날들에 유진은 처음엔 착한 행동을 하려고 애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공평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그동안 먹고 싶지 않았던 브로콜리는 먹지 않고, 밤늦게까지 잠들지 않으며 부모님의 기대에는 어긋나지만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한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나 선생님께 칭찬 받고 싶어 착한 행동을 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것이다. 나도 어렸을 적 부모님께 인정 받기 위해 집안일을 깨끗히 해놓는 등 유진과 같은 행동들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정받기 위해 하는 행동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행동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행동 수준 이하로는 상대방의 인정을 받기 어려워진다. 혹시나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맡겨진 의무를 하지 않은게 되어버리기도 한다.

현재의 나에게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무리해서 착하게 여겨지는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 바는 어떤 행동을 억지로 하며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고 자신의 취향 것 착하게 살면 된다는 것이다. 착함이 미덕인 것은 자신의 진정성과 자발성이 바탕이 되었을 때 미덕이 될 수 있겠다. 또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누군가를 돕는 행동을 하는 방식으로 마지노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유진이 부모님의 기대와 상관 없이 행동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토끼장 청소는 꾸준히 했던 점이다. 아마 토끼장 청소를 하고 부모님께 받았던 칭찬들은 유진에게도 진심으로 기쁜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유진에게 여동생 제시가 토끼장을 청소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표현 함으로써 둘 사이의 관계는 회복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께 자신이 더이상 '착한 아이'가 아님을, 그렇다고 '나쁜 아이'도 아님을 표현하며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에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착함'이라는 가치 안에 자신을 너무 가두지 않기를, 스스로 선택한 '착함'을 실천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이 세상 모든 유진에게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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