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경제
조원경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고전 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전 소설의 경우 비록 허구적 구성이라는 취약점이 있지만, 그것이 현실 사회의 문제를 투영하거나 비틀어 본 결과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 시․공간을 거슬러 어떤 경험을 축적 할 수 있다는 점이 고전읽기의 즐거움이자 매력이다. 단순한 대리경험의 장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적 연구대상으로서 고전의 기능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명작의 경제』는 전자와 후자의 효용을 모두 포함한 책이다.

책은 총 13편의 명작 고전을 통한 경제원리 탐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자 조원경은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현재는 미주개발은행(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이사실 한국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수행하며 쌓인 저자의 경험적 지식과 명작 고전이라는 기본 자료를 통해 경제학적 관점으로 인간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주인공인 가상의 인물 하서인은 유명 언론사의 기자로서 명적 고전의 배경과 저자의 창작 의도를 추적한다. 그녀가 추적하는 고전은 위기와 기회의 틈바구니에서 희극과 비극을 넘나든 인간 군상이 담긴 문제적 작품들이다. 특정한 환경에 처한 인간의 선택과 그로인한 결과가 하나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명작들에는 경제적 시사점이 존재한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적 주장이다.

예를 들어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는 몰락하는 중산층이 불러오는 사회적 파장을 발견한다. 이른바 양극화가 불러온 사회적 혼란을 반영한 인물이 장발장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은촛대를 내민 미리엘 주교는 경제 수준 양극화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공여와 기부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는 결론이다.

헤르만 헤세의 출세작이자 방황하는 청소년의 아이콘 ‘수레바퀴 아래서’는 교육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주인공 한스가 겪는 방황은 작금 한국사회 청소년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접근이다. 한국사회의 대표적 인적 자본 투자인 교육은 얼마나 효율적인가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고민은 방향을 잡지 못하는 교육은 경제성장의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 ‘상록수’와 최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화제가 된 모옌의 대표작 ‘생사피로’는 아시아의 대표적 고전으로 특별히 정리돼 있다. 영미 문화권 중심의 고전 읽기 편식을 지양하고 다양한 국가의 고전을 통해 다양한 문화권이 가지고 있던 경제적 문제를 고찰하고자 한 작가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저자는 경제적 문제를 언제나 도식화 하고 숫자화 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적 문제의 주체는 결국 인간이며 경제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거시경제의 화두인 정부의 개입과 규제의 적절성과 시장의 자율성 문제는 다루어지는 모든 작품에서 등장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는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이 되고야 만다는 냉혹한 진단이 독자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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